성범죄 등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논란을 빚고 있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8일 오후 현재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접속이 차단된 디지털교도소./디지털교도소


이날 오후 3시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403 Forbidden’이라는 오류 메시지가 뜬다. 이 페이지에 접근이 금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경우 서버 관리자가 특정 국가나 IP 대역을 차단했을 때 뜬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같은 오류 메시지가 뜨며 접속되지 않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이 사이트를 폐쇄했는지 또는 다른 이유로 차단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디지털교도소는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n번방’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난 3월 일종의 ‘자경단’(自警團)을 자처하며 만들어진 사이트다. 살인이나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신상을 민간에서 공개하자는 취지다. 익명의 운영진이 성범죄 혐의가 있는 자의 신상을 제보받고 검증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러시아 도메인(.ru)으로 등록돼 있다.

익명의 운영자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하려 한다”고 사이트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본 웹사이트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 서버(Bulletproof Server)에서 강력히 암호화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했다.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 없이 개인의 실명과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사적 제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사법부 등 국가기관 불신이 배경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디지털교도소

특히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게시된 서울 명문 사립대 대학생 A(20)씨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앞서 7월 디지털교도소는 A씨가 텔레그램에서 ‘지인 능욕’(지인 얼굴에 다른 사람의 알몸 사진 등을 합성하는 것)을 의뢰했다고 주장하며 사진과 학교, 휴대전화 번호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A씨는 결백을 주장하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수사기관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또 디지털교도소가 성 착취 영상을 구매하려 했다며 지난 6월 채정호(59) 가톨릭대 의대 교수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가, 최근 허위사실이라는 경찰 수사가 나온 일도 있다. 이날 한 매체는 채 교수의 인터뷰를 싣고 채 교수의 범죄 증거라고 게시된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등이 “모두 최근 경찰 수사로 허위사실이라 판명났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A씨 사망과 채 교수 사건 등 최근 불거진 논란 때문에 사이트를 닫고 잠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이트 불통 사태와 관련, 디지털 교도소 측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