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백신 확보 전쟁 중이다. 특히 90% 이상 면역 효과가 나온 화이자⋅모더나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두 회사의 백신을 위탁생산(CMO)하는 회사가 없다. 정부가 자랑해온 ‘K바이오’ 회사들은 왜 이 백신을 위탁 생산조차 못 하는 것일까.
기존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나 재조합한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인체에 넣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그러나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방식이 다르다. 바이러스 단백질이 아니라 이 단백질 형성을 유도하는 유전자(mRNA)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다른 백신들보다 안전하나 만들기는 더 어렵다.
세계적으로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이전에 상용화된 mRNA 백신은 없었다. 국내 기업들도 mRNA 백신을 대량생산한 경험이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 중인 노바백스·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mRNA 백신이 아니다. 노바백스는 단백질,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이다. 게다가 국내 대표적인 위탁 생산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 생산 경험이 전무하다. 현재 코로나 치료제만 생산 중이다. mRNA 백신의 수율이나 품질 등 생산 능력이 검증된 회사가 아직 없는 것이다.
백신 종류에 따라 생산 시설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mRNA 백신을 생산하려면 별도 설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mRNA 백신 생산 설비를 갖춘 기업은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CMO 회사 관계자는 “지금 설비를 갖추고 작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올해 중순 생산은 불가능하다”며 “백신을 생산하면 다른 의약품 생산을 멈춰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고 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도 “설비를 가진 업체라도 지금 계약하면 기술 이전을 받고 장비 스펙을 맞춰야 해 올해 안에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설비를 갖춘다 해도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나 단백질 등으로 개발된 백신들은 많이 나와 있어 코로나 이후에도 관련 설비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mRNA는 추가로 어떤 백신이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