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000년 전 멸종한 털매머드<사진>가 인간의 사냥이 없었다면 4000년은 더 살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애들레이드대의 데이미엄 포드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털매머드의 멸종에 기후변화와 함께 인간이 큰 역할을 했으며, 인간을 배제하면 수천년 더 살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지난 18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털매머드는 80만 년 전 동아시아의 스텝 매머드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오늘날 아프리카 코끼리만 한 크기였다. 약 1만1000년 전쯤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매머드의 멸종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1만5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멸종했다고 주장한다. 그 밖에 운석 충돌과 화산 폭발, 인간에 의한 사냥 등이 멸종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구진은 2만1000~4000년 전의 매머드의 화석과 DNA를 바탕으로 당시 매머드 개체 수를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매머드가 살았던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기후 데이터와 함께 인간의 사냥 데이터도 추가했다. 인간은 털매머드를 사냥했고 뼈와 어금니로 무기나 예술품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9만 번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기후변화가 매머드를 좁은 지역으로 내몰았고 그곳에서 인간 사냥꾼들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시뮬레이션에서 인간이 탐사하지 않은 지역에 살던 매머드가 더 오래 살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진이 인간 사냥꾼에 대한 변수를 제거하자 대부분의 매머드는 4000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햄 박사는 “인간이 털매머드의 멸종 과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