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기괴한 모습은 고대 신전에 있는 조각상을 연상시킨다. 광학기기 업체 올림푸스가 최근 발표한 ‘올해(2020년)의 생명과학 현미경 사진’ 공모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사진이다.
독일 라이프니츠 신경과학연구소의 베르너 주슈래터 연구원은 수정 후 21일 된 쥐의 태아를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작은 바늘 구멍으로 사진을 찍어 명암의 대조를 극명화하고 선명도를 높였다. 쥐 태아의 선명한 붉은 눈이 무시무시한 느낌을 준다.
◇뱀에서 나비까지 현미경으로 보이는 세계 포착
올해의 현미경 사진전은 지난해 61국에서 출품한 700점에 가까운 작품을 심사했다. 올림푸스 글로벌 마케팅 부문 나카무라 사토시 부회장은 “출품작도 사상 최대 규모였울 뿐 아니라 작품의 질과 창의력도 뛰어났다”며 “현미경으로 예상치 못한 예술을 보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그 중 뱀의 비늘에 있는 색소부터 화려한 나비 날개까지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주슈래터 연구원의 쥐 태아 사진은 이번에 글로벌 우승 작품으로 선정됐다. 사진에서 태아의 조직과 근육은 진한 붉은색과 파란색, 녹색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주슈래터 연구원은 “쥐 태아는 길이가 3㎝로 화학약품으로 처리해 피부와 근육을 투명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후 형광 염료로 각 부분을 다르게 염색했다. 그는 “몸에 있는 천연 형광물질도 한 몫 했다”며 “쥐의 태아를 여러 번 레이저로 스캔하고 여러 영상을 합쳐 25시간 만에 최종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미국 뉴욕의 사진작가인 저스틴 졸은 아미노산인 L-글루타민과 베타 알라닌의 결정을 편광 현미경으로 찍어 미주 지역 우승을 차지했다. 스위스의 그리고리 티민은 아프리카 독사 배아의 피부에 있는 색소 세포와 콜라겐 섬유를 찍어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우승작은 중국의 장 신페이가 나비 40종의 날개 비늘을 모아 찍은 사진이 차지했다.
◇신경과 근육 조직 다르게 염색해 시각화
체코의 얀 마르티넥은 식물학 연구에서 애용되는 실혐모델인 애기장대의 수술을 아닐린 블루로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찍었다. 이 사진은 가작(Horable Mentions)으로 선정됐다.
프랑스의 로랑 포머리는 어린 성게가 변태 후에 칼슘이 빠져나가 투명해졌을 때 핵(파란색)과 신경계(노란색), 근육(남색)을 다르게 염색한 현미경 사진으로 역시 가작을 차지했다.
오스트리아의 매트 잉만은 아미노산 베타 알라닌과 L-글루티민 수용액이 급속 증발하면서 생긴 결정을 편광으로 찍어 가작을 받았다.
또 다른 가작 작품은 사람 태아에서 신장 세포가 분열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인도의 사얀탄 다타의 사진에서 미토콘트리아는 붉은색으로, 분열하는 염색체는 파란색으로 표현됐다. 녹색은 세포의 경계선이다.
미국의 나피아 에피모바는 신경질환 환자를 위한 효소 보충 요법을 시험하기 위해 신경세포를 배양하고 현미경으로 찍었다. 쥐의 신경에 합성 효소를 주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는 방식이다.
중국의 장밍수는 U2OS 골육종 세포의 미세섬유 구조를 찍은 사진으로 가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