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평면이다가 물에 넣고 끓이면 다양한 입체가 되는 파스타./미 카네기 멜론대

이탈리아 국수 파스타는 가느다란 스파게티만 있는 게 아니다. 비스듬하게 자른 원통형 펜네와 그보다 굵고 반듯한 리가토니, 타래 송곳처럼 나선형인 푸실리, 조개 모양의 콘킬리에, 나비넥타이를 연상시키는 파르팔레 등 갖가지 모양이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를 한 평면으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마치 조립식 가구처럼 물에 넣고 끓일 때만 원하는 형태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포장에 파스타를 더 많이 넣을 수 있어 우주나 재난 현장의 식품 공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과학과의 라이닝 야오 교수 연구진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물에 넣고 끓이면 다양한 형태로 바뀌는 평면 파스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평소엔 평면(위)이다가 물에 넣고 끓이면 다양한 입체(아래)가 되는 파스타./미 카네기 멜론대


조립식 파스타의 재료는 일반 파스타와 같이 밀가루와 물이다. 연구진은 반죽을 납작하게 만든 다음 군데군데 홈을 새겼다. 홈이 있는 부분은 물을 흡수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만큼 평평한 부분보다 덜 늘어난다. 이 때문에 파스타가 익으면서 다양한 입체가 만들어진다.


평면이다가 끓이면 다양한 입체가 되는 조립식 파스타./미 카네기 멜론대

예를 들어 껌처럼 기다란 평면 파스타에서 양 끝 부분에 홈을 새기면 끓을 때 가운데 부분이 더 잘 늘어나 불룩 솟아오르고 양쪽 끝은 말려 파도 모양이 된다. 파스타는 7분 안에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파스타는 실제 조리에서 맛이나 모양이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전보다 더 다양한 모양을 구현할 수 있으며, 조리 전에는 평면 형태여서 포장재나 보관 공간을 더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화물 부피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우주나 재난 현장에 보내는 식자재로 안성맞춤인 것이다.

평소엔 평면이다가 물에 넣고 끓이면 다양한 입체가 되는 파스타. 평면에 나있는 홈 때문에 끓이면 팽창 정도가 달라져 다양한 입체가 나타난다./미 카네기 멜론대

야오 교수는 “조립식 가구가 공간을 줄이고 보관이 쉬워 수송에 필요한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며 “조립식 파스타도 그와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납작한 파스타는 원통형 파스타보다 조리도 빨리 돼 그만큼 에너지를 덜 쓰는 장점도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연구진은 조립식 파스타 기술은 부드러운 재질을 가진 소프트 로봇이나 의료 기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를 테면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평면이다가 물체를 집을 때만 입체가 되는 로봇 집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