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젝스의 코로나 백신 패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킬러 T세포를 유도한다./Latch Medical

코로나 차단 효과가 빠르고 예방 효능이 수십 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코로나 백신이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영국 바이오기업 이머젝스 백신(Emergex Vaccines)은 “스위스에서 26명을 대상으로 T세포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새로운 코로나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지난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머젝스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의대의 토머스 라데마커 석좌교수가 2016년 설립했다. 이 회사의 백신은 금 나노입자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붙여 ‘킬러 T세포’로도 불리는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CD8+)를 유도한다. 킬러 T세포는 인체 세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자마자 바로 제거해 코로나를 차단한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에 결합하는 항체를 유도한다. 항체에 둘러싸인 바이러스는 이후 T세포의 공격을 받는다. 기존 백신들도 T세포를 일부 유도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효과이다.

이머젝스는 “T세포 유도 백신은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바로 제거해 코로나 차단 효과가 훨씬 빠르다”며 “그만큼 면역력이 수십 년 지속되며 변이 바이러스에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암세포(가운데 파란색)를 둘러싸고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도 T세포가 제거한다./NIH

이는 지난 10일 UCL 연구진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입증됐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감염되지 않는 이른바 ‘불발 감염’ 사례는 T세포가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를 제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머젝스는 내년 1월부터 스위스 로잔에서 고용량과 저용량 백신을 각각 13명에게 투여할 예정이다. 백신 접종은 미세바늘들이 촘촘히 나있는 엄지손톱 크기의 패치를 피부에 붙이는 방식이다. 통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냉장 또는 냉동 보관이 필수적인 기존 백신과 달리 상온에서 3개월 보관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과학자들은 T세포 유도 백신이 기존 백신을 보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UCL의 대니 알트만 교수는 이날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항체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민감하지만 T세포는 변이가 거의 없는 부분을 공략한다”며 “기존 백신과 T세포 백신을 교차 접종하면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