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알갱이 하나만 한 크기의 카메라 렌즈가 그보다 50만 배 더 큰 카메라만큼 선명한 컬러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휴대폰 카메라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초소형 로봇의 눈이나 인체 내부를 보여주는 초소형 내시경을 구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펠릭스 하이데 교수 연구진은 “폭 0.5㎜의 초소형 렌즈로 일반 카메라와 대등한 수준의 선명한 컬러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2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미세 기둥이 빛 감지하고 인공지능이 이미지화
빛은 유리나 플라스틱 렌즈를 통과하면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카메라는 이런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다양한 두께의 곡면 렌즈를 여러 개 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본체보다 튀어나오는 이른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현상)’도 렌즈를 여러 개 겹쳐 쓰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른바 ‘메타표면(metasurface)’ 기술을 이용해 렌즈 하나만으로 영상의 왜곡을 없앴다. 메타표면은 컴퓨터 칩을 만들 듯 평평한 유리 표면에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실리콘 기둥들을 세운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폭 0.5㎜의 렌즈에는 미세 원기둥이 160만개 돋아 있다.
연구진은 에이즈 바이러스만 한 크기의 기둥이 빛을 감지하는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표면 렌즈의 미세 기둥들은 제각각 빛과 반응한다. 인공지능은 각각의 원기둥이 빛과 반응한 형태를 해독해 영상으로 재현한다. 연구진은 원기둥 모양과 배치를 최적화한 덕분에 기존 메타표면 렌즈보다 훨씬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렌즈 6개 쓴 카메라와 대등한 선명도 보여
특히 기존 메타표면 렌즈는 레이저처럼 이상적인 빛 조건에서 작동했지만 이번 렌즈는 자연광에서도 같은 성능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시야도 훨씬 넓었다. 가장자리가 약간 번진 것을 빼면 굴절렌즈를 6개를 쓴 고급 카메라가 찍은 사진과 맞먹는 수준의 선명도를 보였다. 부피로 따지면 50만 배 더 큰 복합렌즈 카메라와 대등한 능력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렌즈가 초소형 로봇의 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체 내부를 돌아다니며 환부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초소형 내시경 로봇도 구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렌즈를 단 카메라를 수천 개 결합하면 얇은 창문형 카메라가 돼 눈에 보이는 풍경을 모두 촬영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