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비행 로봇인 로보비. 공중에서 360도 수평 방향 전환에 성공했다./미 하버드대

꿀벌만 한 크기의 로봇이 공중에서 수평으로 방향을 트는 데 성공했다. 꿀벌이 꽃을 찾을 때 하는 비행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앞으로 상용화되면 떼를 지어 재난 현장에서 조난자를 찾거나 농작물의 꽃가루받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스펙트럼지는 “미국 하버드대의 로버트 우드 교수 연구진이 초소형 비행 로봇인 로보비(RoboBee)로 공중에서 수평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요잉(yawing) 비행에 성공했다”고 지난 3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로봇공학과 자동화 레터’에 실렸다.

로봇 꿀벌의 공중 360도 방향 전환./미 하버드대

로보비는 지난 2013년 개발됐다. 날개 길이는 3㎝이고 무게는 0.08g에 불과하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모터 대신 가벼운 압전(壓電) 소자를 넣어 무게를 줄였다. 압전 소자는 전류가 흐르면 모양이 바뀐다. 연구진은 전류를 흘렸다 끊었다 하는 방식으로 로보비의 날개를 초당 120번 퍼덕이게 할 수 있었다. 이는 실제 곤충과 비슷한 수준이다.

로보비 같은 초소형 비행 로봇이 상용화되려면 정밀한 비행이 가능해야 한다. 기존 비행체는 회전 날개나 고정 날개의 일부를 기울여 쉽게 방향을 틀 수 있지만 로보비처럼 날개를 퍼덕이는 로봇은 좌우 날개 속도를 달리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40가지 비행 시나리오에 맞게 날개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비행 모델을 개발했다. 로보비는 이를 통해 시선을 한 곳에 둔 채 360도 회전 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TV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두고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며 촬영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현낙승 박사는 스펙트럼에 “이번 실험 결과는 (비행 로봇의) 새로운 기동과 안정성 강화를 위한 길을 열었다”며 “꽃가루받이와 구조 업무 외에 새나 곤충의 비행 메커니즘을 밝히는 생물학 연구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현 박사는 조지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