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들이 축구 경기장의 전광판을 둘둘 말리는 초대형 커튼으로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 직물(織物)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김종민 석좌교수 연구진은 “발광다이오드(LED) 소자와 전극, 센서가 결합된 섬유를 씨줄, 날줄로 삼아 전통적인 직조 기술로 46인치 스마트 직물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는 최형우·신동욱·이상효 박사이다.
◇전자 소자와 실을 융합, 옷감으로 짜
연구진은 “잘 휘어지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디스플레이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지만 작은 규모의 소자를 구현하는 데 국한됐다”며 “이번에 섬유 직조 기술과 반도체를 융합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번 스마트 직물 디스플레이는 6종의 섬유 전자 소자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습도, 온도, 심장박동 등을 감지하는 환경·바이오 센서와 촉감,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섬유 형태로 만들었다. 굵기는 머리카락과 비슷한 0.1㎜에서 1㎜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LED, 에너지, 무선 소자를 통합해 옷감으로 만들었다.
마음대로 말거나 접고, 구부릴 수 있는 옷감이 각종 센서 정보를 구현하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하는 것이다. 각 기능들은 터치 센서 30개에 입력돼 손으로 불러올 수 있다. 이를 테면 사람이 섬유 디스플레이에 손을 대면 심장 박동과 체온 정보가 컬러 화면으로 나타난다. 연구진은 “감시카메라, 얼굴 인식 프로그램과 연계하면 벽에 거는 보안용 스마트 섬유로 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광판, 로봇피부 등 다양하게 적용 가능
크기도 소형 웨어러블 소자에서 수백미터 단위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확장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크기를 키우면 축구장의 전광판을 스마트 섬유로 만든 롤 커튼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민 교수는 “기존 휘어지는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는 로봇 피부에 완벽하게 붙일 수 없지만 전자 소자를 실로 삼아 옷감을 짜면 탱탱한 피부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직물 디스플레이는 픽셀 간 간격이 기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보다 넓어 해상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에는 개념 입증 차원에서 만든 것이고 현재 개발한 기술로는 초고화질급(UHD) TV 수준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대표 저자인 김종민 교수는 삼성종합기술원 전무로 있다가 2012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케임브리지대에는 2015년에 왔다.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EU)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LG디스플레이 유럽연구소를 포함해 유럽 대학과 기업 12곳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