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치료제 TG-C(인보사)를 싱가포르 제약사에 최대 7200억원대 규모로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인보사는 성분 변경 문제로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상태다. 미국에선 임상 시험 3상에서 중단됐다가 작년 말 환자 투약을 재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3일 “싱가포르의 주니퍼바이오로직스와 TG-C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니퍼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설립된 비상장 바이오기업으로, 골관절염 치료제·항암제 개발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150억원을 포함해 임상시험, 판매 등 단계별로 최대 7234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수출 계약으로 TG-C가 세계 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일본·중동·아프리카 진출

인보사로 불리는 TG-C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관계사 코오롱티슈진이 19년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무릎 관절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바이오 신약으로, 한 번 주사로 최소 1년 이상 통증 완화와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과 유럽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그 외 지역에서 TG-C 판권을 가지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2017년 7월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에 들어갔지만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과정에서 주사액 성분 변형 문제가 제기돼 국내에서 품목 허가가 취소됐고 미국 임상도 중단됐었다. 일본 미쓰비시다나베, 영국 먼디파마와 2016년, 2018년 맺은 두 건의 기술 수출 계약도 취소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주니퍼바이오로직스는 한국·중화권(중국·홍콩·마카오·대만)을 제외한 일본 등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에서 TG-C와 관련한 연구·개발·상업화의 독점권을 가진다. 코오롱생명과학은 TG-C의 개발·상업화에 대한 지원과 제품 공급을 담당한다. 주니퍼바이오로직스의 라만 싱 대표는 2011~2020년 먼디파마에서 CEO로 재직하다가 2021년 주니퍼바이오로직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이번 기술 수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TG-C의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쯤 미국 임상 완료

앞서 FDA는 2020년 4월 TG-C의 미국 임상 3상에 대한 보류 결정을 해제했다. 성분이 바뀐 것은 맞지만,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12월부터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임상 시험을 위한 투약을 재개했다. 2023년 말까지 미국 전역 80여 개 임상 기관에서 총 1020명 환자에게 투약할 계획이다. 투약 완료 후 1년간 환자의 경과를 살펴볼 예정이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임상 데이터를 정리, 분석하면 2025년 말쯤 임상 3상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 FDA에 품목 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판매가 재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 관련 소송에서 식약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항소심 진행 중으로 판매 재개 여부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주식 투자자와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과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에 대한 형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한편 2019년 5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는 오는 8월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6만163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