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탐사하는 오시리스 상상도./나사

한국이 처음으로 도전했지만 최근 정부 지원 사업 선정에 탈락했던 소행성(小行星) ‘아포피스’ 탐사 임무를 미국이 수행할 전망이다.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 위험이 있고 태양계 탄생과정을 알려줄 수 있어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최근에는 소행성에서 유용 광물을 채굴해 지구로 가져오려는 경제적 탐사도 추진 중이다. 이런 목적으로 우주 선진국들이 잇따라 소행성 탐사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5일(현지 시각) “소행성 ‘베누’의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돌아오고 있는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지구에 초근접할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임무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지구로부터 3만2000㎞까지 근접해 지나가는 소행성으로,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독자 탐사를 추진하다가 지난 21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美, 임무 연장해 아포피스 탐사

나사는 미국 애리조나대가 주도한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의 임무를 연장해 아포피스를 18개월간 탐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예산은 2억 달러(약 2500억원)가 추가됐다. 앞서 오시리스-렉스는 2016년 9월 발사돼 2018년 12월 지구에서 약 3억㎞ 떨어진 소행성 베누에 도착했다. 2020년 5월 베누에서 암석과 먼지를 채취한 뒤 지구로 돌아오고 있으며, 내년 9월 베누의 시료를 담은 캡슐을 지구에 떨어뜨릴 예정이다. 탐사선은 시료를 전달한 이후 아포피스로 향할 계획이다.

임무 연장에 따라 탐사선 명칭도 ‘오시리스-에이펙스(APEX)’로 바뀌었다. 아포피스 탐사선(Apophis Explorer)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탐사선은 아포피스에서 시료는 채취하지 않고 관측만 진행한다. 소행성에 근접해 추진엔진을 가동, 표면 아래에 있는 물질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연구진은 지구의 중력이 소행성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할 계획이다.

아포피스는 지름이 370m로 베누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그 구성성분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2029년 지구에 3만2000㎞까지 근접하는데, 이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0분의 1 정도이다. 단테 로레타 애리조나대 교수는 “과거 50년부터 앞으로 100년간 지구에 근접한 소행성 가운데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말했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세계 소행성 탐사, 우리는 예타 탈락

소행성을 둘러싼 우주 선진국의 탐사 경쟁이 치열하다. 심우주 탐사의 일환으로 소행성을 통해 태양계의 기원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소행성 대부분은 46억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 발생한 암석 파편들이다. 또 다양한 우주 광물을 매장한 소행성은 경제적 잠재력도 크다.

나사는 지난해 8월 나사는 목성 주위의 소행성들을 탐사하기 위해 탐사선 루시를 발사했다. 2025년부터 본격 임무를 시작한다. 일본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2는 2020년 12월 지구에서 3억km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시료를 수집해 돌아왔다. 2029년과 2031년 다른 두 개의 소행성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도 소행성 탐사선을 개발해 2024년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한국은 첫발도 못 떼고 있다. 천문연은 2024년 독자 탐사선 개발 착수를 목표로 지난 3월 예타 대상 심사를 신청했다. 3873억80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탐사선과, 과학탑재체 등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10월 발사해 2029년 4월 아포피스에 도착해 관측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예타 대상에서 탈락했다. 예타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분석하는 조사로, 매 분기마다 이뤄진다. 한 과학계 인사는 “예타 사업 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천문연 관계자는 “오는 6월 예타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