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를 줄인 식사는 활동량이 많은 시간에 해야 수명 연장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누구나 소식(小食)하면 장수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소식이라도 한밤중에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적게 먹어도 식사 시간을 지켜야 장수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조셉 다카하시 박사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활동량이 가장 많을 때 칼로리를 줄인 식사를 해야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밝혔다.

◇활동시간에 소식해야 수명 늘어나

최근 간헐적 단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걸러 식사를 하거나 하루 중 6~8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다카하시 박사 연구진은 칼로리와 단식, 생체 주기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4년간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생쥐 수백 마리에게 자동 급식 장치로 먹이를 주면서 수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봤다. 어떤 생쥐는 원하면 언제나 양껏 먹이를 먹을 수 있었고, 다른 생쥐는 칼로리를 30~40% 줄인 먹이를 제공했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먹이의 칼로리를 줄이면 수명이 10%까지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생쥐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밤에만 먹이를 주면 수명이 35%까지 늘었다. 사람으로 치면 낮에만 소식을 한 셈이다. 생쥐 평균 수명이 2년인데 밤에만 칼로리 제한 식사를 시키면 9개월 더 살았다.

미국 노화연구소의 라파엘 드 카보 박사는 “이번 사이언스 논문은 제때 식사를 하지 않으면 칼로리 제한식의 효과를 완전히 거둘 수 없음을 보여준 훌륭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 4년간 생쥐 수백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활동량이 많은 밤에 칼로리 제한식을 줘야 수명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노화로 인한 유전자 기능 복원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선충과 초파리에서 생쥐,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동물에서 칼로리를 제한하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칼로리를 줄이면 체중과 함께 혈압, 염증이 줄고 혈당 조절 기능이 향상됐다.

과학자들은 칼로리 제한이 세포와 유전자의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동물이 나이가 들면 염증 관련 유전자가 더 많이 작동하며 반대로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는 활동이 줄어든다.

다카하시 박사의 연구 결과는 칼로리 제한 식사가 생쥐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밤에 이뤄지면 나이든 생쥐에서 일어나는 유전적 변화를 더 잘 상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칼로리 제한 식사를 시간 맞춰 하는 것은 다이어트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카하시 박사는 칼로리를 줄이면 식사 시간은 생쥐의 체중에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 과학자들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118명 대상으로 1년간 칼로리 제한 식사를 실험한 결과 식사 시간이나 주기는 체중 감소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난 것은 칼로리를 줄인 식사를 올바른 시간에 할 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카하시 박사는 “칼로리 제한 식사를 시간을 지켜 하는 것이 체중을 더 빨리 줄이지는 못해도 건강에 도움을 줘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