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애브비는 영국 항체 치료제 개발사 DJS안티보디스를 2억5500만달러(약 3600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DJS는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항체 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특발성폐섬유증은 폐가 딱딱해지며 기능이 저하돼 사망하게 되는 질환이다. 조너선 세지윅 애브비 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우리의 항체 연구 활동을 향상하고 면역학 신약 후보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 잠잠했던 글로벌 제약사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달 미국 일라이릴리가 난청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 바이오 기업 아쿠오스를 총 6억1000만달러(약 87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을 포함해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10곳이 넘는 글로벌 제약사가 크고 작은 M&A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요 의약품 특허 만료를 앞두고 코로나 때 확보한 현금 실탄을 무기로 M&A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한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초 상위 19개 제약사가 보유한 현금은 2220억달러(약 319조원)로 조사됐다. 특히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화이자는 대형 M&A를 주도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5월에는 편두통 의약품 개발 회사 바이오헤븐을 116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식 시장 침체도 글로벌 기업들의 M&A 물꼬를 튼 이유로 꼽힌다.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약세인 상황에서 바이오 기업들의 가치도 떨어졌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수(NBI)는 지난해 9월 5449로 정점을 찍고 꾸준히 떨어져 현재 3800대에 머물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특허 절벽’도 M&A 움직임에 한몫했다. 컨설팅 회사 ZS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앞으로 8년 동안 10대 제약사가 가진 190개 이상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지면서 특허를 가진 대형 제약사는 매출 타격을 입게 된다. 대형 제약사들은 오랜 시간 걸리는 신약 개발 대신 M&A를 통한 신약 후보 물질 확보를 택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M&A를 통한 바이오 분야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8일 미국 바이오 항암제 전문 기업 아베오 파머슈티컬스를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수혜를 본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M&A 행보도 주목된다. 현금 1조4000억원을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백신·바이오 기업을 M&A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미국 현지 직접 투자나 M&A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