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망원경에 관측된 인공위성 궤적./NASA

인공위성으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민간우주시대에 접어들며 인공위성 발사가 늘어나면서, 인공위성이 우주 관측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허블 망원경이 기록한 사진 가운데에 인공위성에 의해 손상되는 사진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지난 2일(현지 시각)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유럽우주국(ESA)이 주축이 돼 개발한 허블 망원경은 대기권 밖 우주 관측을 위해 1990년 쏘아 올린 우주 망원경이다. 허블 망원경 덕분에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 전이고 은하 중심에 초대형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앞으로 발사될 인공위성 수 43만기

연구진은 인공위성이 허블 망원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촬영한 사진을 분석했다. 수백명의 시민 과학자들이 위성이 지나간 궤적(줄무늬)이 나타난 사진을 구별했다. 이후 10만개가 넘는 사진을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2020년까지 허블 망원경에서 인공위성이 찍힌 비율은 3.7%였지만 2021년에는 5.9%로 늘어났다.

스페이스X를 비롯해 점점 늘어나는 민간 인공위성이 허블 망원경의 시야를 가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페이스X는 2019년5월 스타링크 위성을 처음으로 발사한 이후 그 수를 계속 늘려왔다. 최종적으로 4만2000기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하겠다는 목표다. 스타링크 위성들은 고도 540~570㎞에 배치되는데 이는 허블 망원경보다 불과 16㎞ 높은 위치다. 2021년 허블 망원경이 임무를 수행할 당시 스타링크의 위성은 1562기였고, 영국 위성기업 원웹도 저궤도에 320기의 위성을 올렸다.

천문학계는 앞으로 더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발사될 인공위성은 43만1713기에 달한다. 연구진은 10만 개의 인공위성이 추가로 발사될 경우 허블 망원경이 찍는 사진의 50%에 인공위성의 흔적이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ESA 마크 매커프린 박사는 “물리적인 수명을 고려한다면 허블 망원경을 앞으로 10~20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사용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스페이스X, 빛 반사 덜한 인공위성 개발

뉴욕타임스(NYT)는 “인공위성은 아직 발사되지 않은 망원경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올해 말 우주 망원경으로도 알려진 순톈을 지구 저궤도에 보낼 계획이지만, 허블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져 인공위성이 더 많이 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의 빛 반사 차단 차양막./스페이스X

인공위성 밝기에 대한 비판에 스페이스X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공위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태양광이 인공위성 표면에 반사돼 우리 눈에 보인다. 이에 스페이스X는 빛을 흡수하거나 덜 반사되는 재질을 개발하고 있다. 1세대 위성의 경우 햇빛을 차단하는 차양막을 장착했다. 또한 지구로 빛을 더 산란하는 필름을 개발 중이다.

◇빛공해로 지상에서도 별관측 어려워져

하늘 위의 위성뿐 아니라 지상의 빛 공해로 별을 육안으로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매년 밤하늘이 9.6%씩 밝아졌음을 확인했다”고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서 시민과학자 5만1351명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다. 앞서 인공위성을 통해 하늘 위에서 계산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매년 밝기가 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공위성뿐 아니라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한 LED조명 하나의 원인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어두운 밤에도 밝은 도심./Flickr

연구진은 “지금처럼 빛 공해가 지속되면 밤에 별을 250개 정도 볼 수 있는 곳에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100개도 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빛 공해는 별을 보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밤에 너무 밝으면 사람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철새들이 밝은 빛을 따라 건물로 향해 이동경로에 영향을 주고, 꽃가루 매개 곤충을 식물 대신 빛 쪽으로 유인해 먹이 사슬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