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계와 산업계에서 기존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며 차세대 반도체도 개발하고 있다.
권대웅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트랜지스터 소자에 사용되는 절연막에 물질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트랜지스터는 일종의 ‘스위치’로 흐르는 전류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트랜지스터에 사용되는 기존의 절연막은 ‘하프늄옥사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여기에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지르코늄’을 첨가해 물질의 특성을 강유전체로 바꿨다. 강유전체는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돼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권 교수는 “트랜지스터 하나당 기존 시스템 반도체와 비교해 약 0.1볼트(V) 전력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칩 하나에 수백 개에서 수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만큼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조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돼 실제 현장에서 빠르게 활용될 수 있다.
김대현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소재와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어 집적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성능이 더는 증가하지 않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김 교수는 “5층 적층형 다중 가교 채널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마치 아파트처럼 층을 높이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아 전자의 이동을 늘린 것이다. 그만큼 속도도 빨라진다. 또 김 교수는 “기존 반도체 소재였던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이 빠른 소재를 적용해 전자 이동 속도를 10배 높였다”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6세대(6G) 통신용 반도체 개발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한준 퓨리오사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데이터 센터에 쓰는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챗GPT 같은 인공지능 모델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를 처리할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기존 GPU(그래픽반도체)보다 전력을 덜 쓰면서 성능은 좋은 AI 반도체가 개발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국산 AI 반도체 워보이(WARBOY)를 개발했다. 김 CTO는 “엔비디아의 특정 제품과 비교해 2배 이상 성능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현재 워보이는 영어 단어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설명해주는 앱의 데이터 처리에 쓰이고 있다. 김 CTO는 “오는 3분기부터 본격 양산 물량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퓨리오사AI는 성능을 10배, 에너지 효율은 3배 높인 2세대 제품을 내년에 양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