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국의 기초과학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서 “한국의 친한 연구자들이 (R&D 예산 삭감에 대해) 어렵다고 얘기한다”면서 “전반적으로 한국 과학계에 타격을 줄 것 같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기관인 노벨프라이즈아웃리가 공동 개최한 이날 대중 강연 행사에는 노보셀로프 교수를 비롯해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물리학상), 요아힘 프랑크 컬럼비아대 교수,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 하르트무트 미헬 막스플랑크연구소장(이상 화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 다섯 명이 참석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R&D 예산에 대한 고민은 전 세계적 문제”라며 “과학 분야 투자에 대한 결과는 선거 주기 안에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이화여대에서 일했던 스무트 교수는 “한국처럼 천연자원이 없는 국가가 기술에 투자하면서 경제 10위권 국가가 됐다”면서 “인력이나 인재에 의존하는 국가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100배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보다는 정부 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레빗 교수는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이유가 타당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연구 분야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프랑크 교수는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가 과학자들에게 (연구 주제를 결정하는) 압력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