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에 착륙한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길고 추운 14일간의 ‘달의 밤’을 보낸 후 깨어나지 못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앞으로 며칠간 통신 재개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지만 인류 첫 달 남극 탐사 여정은 사실상 끝을 맺었다.
ISR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찬드라얀 3호의 착륙선과 탐사선인) 비크람과 프라그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통신을 시도했지만 어떠한 신호도 감지하지 못했다”며 “통신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예상했던 결과”라고 했다.
찬드라얀 3호는 지난달 23일 달 남극에 착륙했다. 탐사선의 달 착륙에 성공한 것은 미국·옛소련·중국에 이어 네 번째였고, 달 남극에 착륙한 것은 처음이었다. 탐사선 프라그얀은 착륙 직후부터 14일간 100m가량 달 표면을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달 남극 표면 사진 촬영에 최초로 성공했고, 남극 표면 온도가 영상 50도로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황, 산소, 알루미늄, 칼슘, 철, 크롬 원소를 탐지하는 등 다양한 관측 자료를 보내오기도 했다. 착륙선인 비크람은 자체 엔진 가동으로 30~40㎝가량 달 남극에서 떠오른 뒤 다시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ISRO 측은 “이번 실험은 앞으로 유인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다가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크람과 프라그얀은 지난 3일 절전 모드(동면)에 들어갔다. 이는 3일부터 시작된 ‘달의 밤’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달은 낮과 밤이 14일 주기로 바뀐다. 14일간 지속되는 ‘달의 밤’ 기간에는 해가 뜨지 않으면서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는데, 달의 남극은 영하 100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착륙선 비크람과 프라그얀은 태양광을 이용해 움직이고 별도의 히터도 없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는 가동할 수 없다. 비크람과 프라그얀은 무게를 가볍게 유지하기 위해 보온 장치를 탑재하지 않았다. 비크람과 프라그얀 모두 배터리를 완충한 뒤 14일 후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향해 태양광 패널을 펼친 상태로 동면에 들어갔다. 달의 낮이 시작되는 22일 ISRO가 태양광 패널이 작동을 시작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결국 두 기체 모두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BBC는 “극한의 기온에 배터리가 손상됐을 수 있다”고 했다. ISRO는 X에 “또 다른 임무를 위해 비크람과 프라그얀이 깨어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인도의 달 대사(大使)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