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외부와 차단된 좁은 공간에서 살 의향 있나요?”
“한 달에 한두 번 혈액, 소변, 대변, 타액 샘플을 제공할 수 있나요?”
“소셜 미디어 사용이 제한된 상태에서 1년간 지낼 수 있죠?”
입대 지원자 또는 신약 임상 참가자에게 내밀 법한 이 질문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거주 모의실험’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내건 것이다. 다음 달 2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하는 이번 실험은 ‘차피아(CHAPEA·Crew Health and Performance Exploration Analog)’로 불리는 프로젝트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우주센터에 있는 모의 화성 거주지 ‘마스 듄 알파’에서 4명이 1년간 살면서 화성살이를 실제처럼 해보는 실험이다.
◇화성처럼 통신 지연. 통화에 40분 걸려
NASA가 밝힌 지원 자격은 30~55세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 포함)로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석사 학위가 있어야 한다. 앞서 1차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378일간 모의 화성에 거주하는 4명은 줄기세포 연구자, 공학 기술자, 의사, 해군 소속 미생물학자다. 이번에 선발되는 인원은 내년 봄부터 모의 화성에 투입된다.
NASA가 3D(차원) 프린터를 사용해 총면적 158㎡ 규모로 만든 화성 거주지에는 창문이 없다. 화성 표면처럼 붉은 모래로 꾸며놓은 공간도 사방이 막혀 있고, 싱글 침대가 덜렁 놓인 비좁은 방 4개와 주방과 식당, 회의 및 휴식 공간도 마찬가지다. 창살 없는 감옥처럼 밀폐된 셈이다. 물도 정해진 양을 마셔야 하고, 식사도 우주용으로 가공된 식품을 주로 먹는다. 화성 거주를 가정한 생체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화성처럼 꾸며놓은 모래밭에선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트레드밀(러닝머신)을 걷는다. 눈앞에 실제 화성처럼 펼쳐지는 화면을 보면서 탐사하는 가상 체험을 하는 것이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평균 거리는 약 2억3000만㎞에 달해 실시간 통신이 불가능하다. NASA는 이 점을 감안해 참가자들이 외부와 통화할 때 약 20분의 통신 지연을 적용한다. 예컨대 모의 화성 거주자가 바깥의 가족에게 전화해 “샌프란시스코 날씨 어때요?”라고 물으면, 20분 후에야 이 음성이 가족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코는 지금 비가 와요”라는 가족의 답도 20분이 지나야 들을 수 있다.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는 통화에 40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이는 영화 ‘마션’에서처럼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지구와 소통을 기다릴 여유가 없고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의 화성 거주에는 화성과 지구가 최대 거리로 멀어지는 경우를 가정해 3주간 모든 통신을 두절하는 실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적 고립감 극복이 관건
NASA는 화성 거주지 실험을 통해 오랜 격리 생활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근육 손실과 골밀도 감소를 비롯해 건강 전반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동거하면서 생길 수 있는 심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심리적 고립감을 극복하는 것이 ‘슬기로운 화성살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러시아가 2010~2011년에 520일 동안 남성 6명을 모의 화성에 가둔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우울증과 향수병으로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NASA의 다른 격리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잠을 제대로 못자고 사소한 신체 접촉과 생활 소음에 분노하는 문제 등이 나타났다.
화성까지 왕복하는 데 570일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화성 임무의 정신 건강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NASA가 이번 모의 화성 거주지에서 식물을 기르도록 한 것도 참가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참여자도 “농작물 수확이 흥미롭고 멋진 경험이었다”며 “고립됐다는 감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