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개업을 준비하는 A씨는 원하는 가게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지 못했다. 이미 특허청에 A씨가 원하는 상호명과 유사한 상표가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상표권을 지닌 B씨는 서로 지역과 메뉴가 달라 혼동할 우려가 없다고 보고 상표 사용을 허락했지만, 기존의 상표가 출원된 이상 동일 상표를 또 등록할 수 없어 A씨는 상표 사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제도상의 한계로 A씨는 결국 미리 제작했던 간판과 식기도 모두 폐기해야 했다.
오는 5월 1일부터는 A씨와 같은 사례가 사라질 전망이다. 먼저 등록된 동일·유사 상표가 있어도 선등록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을 경우, 상표 후출원인의 상표 등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상표법 개정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의 상표공존동의제가 시행된다고 30일 밝혔다.
상표공존동의제란 먼저 상표권을 등록한 사람이나 상표 신청을 한 사람이 후출원상표 등록에 동의하는 경우 해당상표가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단 표장(기호, 문자, 도형, 입체적 형상 등)과 지정상품이 모두 동일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한식점업’에 상표 등록을 받은 “ABC”상표를 업체의 허락을 받아 ‘카페서비스업’에 “ABC” 상표를 등록 받을 수 있으나, 같은 한식점업에는 허락이 있어도 상표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동일·유사한 상표가 이미 등록이 되어 있거나, 먼저 출원을 한 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에 출원한 상표는 등록이 거절됐다. 특허청 측은 “이전에는 이미 등록된 상표를 쓰고자 하면 상표의 양도·이전 등을 통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제도 도입으로 출원인의 불편이 줄어들고, 상표권 관련 분쟁도 미연에 방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최근 거절된 상표의 40% 이상이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가 있어서였고, 그 중 80%의 출원인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었다.
두 상표가 동시에 공존하게 된 경우 어느 한 쪽이라도 부정적인 목적으로 상표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오인과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다. 상표에 대한 지역 한정, 한시적인 상표 사용 등의 사안은 먼저 상표를 등록한 선등록인과 새로 상표를 등록하려는 수요자 사이의 개인간 계약으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