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폴드 3를 비롯해 인공지능(AI)이 단백질 구조와 상호 작용을 정밀하게 예측하게 된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학계 일각에서는 AI가 본격적으로 단백질을 설계하는 시대가 오고, 더 나아가 생명체를 만드는 이른바 ‘인공 생명’의 시대가 열린다고 전망한다.
AI의 단백질 구조 예측 능력에 예컨대 완성품을 분석해 설계법이나 원리를 찾아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을 적용해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다량의 인공 단백질을 생산해 바이오 의약품으로 쓸 수 있게 된다. 암이나 독감 등에 맞서기 위해 AI로 인공 단백질을 손쉽게 만들어 의약품과 백신에 쓴다는 의미다. 조병관 카이스트 교수는 “유전자·단백질 등을 설계·제작하는 ‘합성생물학’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인류가 생명 현상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쓰는 시대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를 활용해 바이러스, 미생물 등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인공 바이러스 개발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생물학, AI 등을 전공하는 세계 과학자들은 AI를 활용한 단백질 설계에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피해를 초래하거나 기술의 오용 위험이 있는 연구는 삼가야 한다”고 밝혔고, 이에 동참한 학자들은 한 달 만에 164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