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2032년 한국의 첫 달 착륙을 책임질 차세대발사체의 힘을 늘리는 1단 엔진 수를 늘리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9일 과학기술계와 우주항공업계에 따르면,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항우연은 지난 25일 차세대발사체 체계 요구조건검토회의(System Requirement Review·SRR)를 개최했다.
SRR은 차세대발사체의 구체적인 성능과 제원, 부품의 기술 수준을 결정하는 회의다. SRR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 열리는 체계 설계 검토회의(System Design Review·SDR)에서 최종적인 개발 계획이 확정된다.
이날 SRR은 차세대발사체의 설계를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1단 엔진을 5기에서 7기로 늘리는 것이다. 차세대발사체는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략적인 설계가 공개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엔진의 경우 1단은 밀어 올리는 힘인 추력(推力)이 100t급인 액체연료 엔진 5기를 클러스터링(묶음)하고, 2단은 10t급 액체엔진 2기로 구성되는 방식이다.
클러스터링은 여러 개의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는 방식이다. 당초 1단은 추력 500t으로 계획한 것이다. 하지만 SRR에서는 이 정도 엔진으로는 달 착륙선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다. 1단 엔진을 7개로 늘리면 이륙 시 추력이 700t으로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SRR에서 이 방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를 했다고 알려졌다. 일단 달 탐사에 필요한 화물을 싣기에 원래 계획한 추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엔진 수준으로는 달 전이궤도에 보낼 수 있는 페이로드(탑재체)가 800㎏ 정도 수준인데, 애초 목표보다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제4차 우주개발진흥계획에서 정부가 목표로 했던 차세대발사체의 달 전이궤도 투입 페이로드는 1.8t이었다.
차세대발사체가 달 이외 심우주 탐사에 활용되려면 추력이 더 커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주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 설계된 수준의 엔진 성능으로는 달 궤도에 착륙선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차세대발사체가 향후 화성이나 심우주 탐사까지 목적으로 하는 걸 감안하면 성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세대발사체는 다른 국가들이 개발 중인 심우주 로켓에 비해 엔진 성능이 떨어진다. 중국이 달 탐사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창정 10호의 이륙 시 추력은 2678t에 달하고, 스페이스X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 중인 스타십은 7500t에 달한다. 반면 차세대발사체는 지금 엔진으로는 추력이 500t에 불과하다.
항우연 관계자는 “SRR 이후에도 최종 설계를 결정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1단 엔진에 5기의 엔진이 들어가는 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절에 결정된 방안이라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전반적인 우주 탐사·개발 계획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차세대발사체 엔진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세대발사체 1단 엔진이 5기에서 7기로 늘어나면 그만큼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은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10년간 총 사업비 2조 132억 4000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는데, 엔진이 추가되면 사업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일정도 촉박하다. 당초 SRR은 작년 12월에 열 계획이었지만, 체계종합기업 선정이 늦어지면서 SRR 개최도 늦어졌다. 정부는 지난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차세대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