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잇따라 초대형 허리케인(Hurricane)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리케인 ‘헬렌’이 미국 전역에서 사망자 230명을 내며 큰 피해를 입힌 데 이어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본토에 상륙했다. 미국은 밀턴의 상륙과 동시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에 밀턴이 상륙해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미국 남동부 지역으로 멕시코만과 대서양 사이에 반도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허리케인은 북중미의 열대저기압을 말한다.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Typhoon), 인도양과 남반구에서는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부른다.
밀턴은 ‘100년 만에 최악의 폭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는 허리케인의 공포는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밀턴 이후에도 초강력 허리케인이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밀턴은 지난 5일 카리브해 서부 캄페체만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단 2일 만에 ‘5등급’ 허리케인으로 성장했다. NHC는 허리케인을 1~5까지 등급으로 분류하는 데, 숫자가 높을 수록 강한 에너지를 담고 있어 위험도가 크다. 3등급부터 5등급까지는 ‘메이저’라고 부르고 있다.
미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1분 최대 풍속에 따라 시속 240㎞가 넘는 경우 ‘슈퍼 태풍’으로 분류한다. JTWC의 태풍 분류 중 가장 강한 등급이다. 밀턴의 최대 풍속은 시속 25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계는 밀턴의 성장 속도가 이전 허리케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보고 있다. 제니퍼 프랜시스 미 우드웰기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밀턴의 압력은 10시간 만에 ‘미친(insane)’ 속도로 떨어졌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에 따르면 밀턴의 풍속은 하루만에 시속 150㎞ 증가했다. 이 수치는 기상학자들이 허리케인의 급속 성장 기준으로 삼는 24시간 동안 56㎞ 증가를 아득히 뛰어 넘는다. 조너선 린 미국 코낼대 교수는 “밀턴은 대서양에서 만들어진 허리케인 중 역대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기후학자들은 밀턴의 빠르고 강한 성장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밀턴의 형성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올해 이례적으로 높았던 적도 지역 수온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백민 부경대 대기환경과학전공 교수는 “바다 수온은 허리케인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라며 “올해는 심각한 고수온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전에 보기 힘든 초강력 허리케인이 두 번 연속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밀턴이 만들어진 과정도 일반적인 허리케인들과는 다르다. 밀턴이 만들어진 멕시코만은 이전에도 강한 허리케인이 시작된 곳이지만, 이번에는 미 대륙 건너편 태평양의 영향을 받았다. 태평양 동부의 열대 저기압이 중미를 가로질러 멕시코만의 기상 전선과 만나 밀턴을 만들었다. 허리케인이 태평양의 영향을 받아 멕시코만에서 만들져 미국 대륙에 상륙한 것은 186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초강력 태풍은 한국도 피해갈 수 없다. 한국은 최근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 국가는 태풍으로 수백~수천명의 사상자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태풍 경로가 한국을 피해간 덕분에 국내 피해가 적었지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한국 피해가 적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반도 주변 바닷물은 앞으로도 뜨거워질 것이고 한국도 강력한 태풍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주변 바다가 고수온 현상으로 양식장에서 폐사 피해가 크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만약 태풍이 한국 주변 바다를 지나간다면 초대형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기상학자들도 기후 변화로 일어나는 이상 기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극한 기상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 단체인 ‘세계 기상 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인근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의 풍속은 11% 증가하고, 강수량은 10% 늘었다. 허리케인이 주로 만들어지는 9월이 지난 뒤에도 밀턴 같은 초대형 허리케인이 만들어진 이유도 과도하게 높은 수온이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