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던 ‘연산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양자컴퓨터는 원자(原子) 수준의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물리학 이론을 기초로 만든 컴퓨터인데, 연산력은 수퍼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지만, 절대 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빛·열 등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9일 구글은 수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septillion)년 걸리는 문제를 5분 이내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10셉틸리언년은 우리말로 ‘10자(秭)년’이라고 읽는다. 5년 전 구글이 기존 수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문제를 수분 내에 풀 수 있는 양자컴을 공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구글 측은 이번 양자컴퓨터의 개발과 검증 과정을 담은 논문을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구글의 새 양자컴퓨터는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Willow)’에 기반한다. 윌로는 105개의 큐비트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구글이 공개한 양자칩의 큐비트 개수(49개)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팅에서 정보를 계산하는 기본 단위로, 0 또는 1로 표시하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방대한 양의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다룰 수 있다.

구글은 논문에서 양자컴퓨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잦은 오류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윌로 칩의 큐비트를 서로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큐비트 숫자가 늘어날수록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실시간으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기술도 탑재했다.

경쟁사인 IBM이 지난해 1000큐비트급의 양자 칩 ‘콘도르’를 공개한 데 비하면 105큐비트는 많은 양이 아니다. 그러나 구글 측은 더 높은 결과값 정확도를 강조한다. 네이처 측은 “이 기술은 여전히 실험적이지만 양자컴퓨터가 기대에 부응할 만큼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구글 측은 기존 컴퓨터가 풀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양자컴퓨터의 해결 사례를 내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