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이 재사용 우주발사체 ‘뉴 글렌(New Glenn)’을 쏘아 올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하지만 블루 오리진은 13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뉴 글렌을 발사하려다 시스템 이상 문제로 연기했다. 만약 블루 오리진이 다음 발사에 성공한다면, 스페이스X가 주도해 온 ‘민간 우주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반면 실패할 경우, 스페이스X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사용 발사체, 경쟁 구도로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은 액체 메탄을 연료로 하는 7개의 메인 엔진을 달고 있다. 이번 발사에는 궤도 운반선 ‘블루링’ 시제품을 탑재한다. 블루링은 지구와 달, 화성 궤도까지 물류를 운반할 우주선이다. 이번에는 우주 궤도에 배치되지는 않고 6시간 동안 통신 기능 등을 점검한다. 블루 오리진은 뉴 글렌에서 분리된 1단 발사체의 재사용을 시도한다. 베이조스의 어머니 이름을 딴 바지선 ‘재클린’을 통해 대서양에 1단 발사체를 착륙시킨다는 계획이다.
뉴 글렌은 블루 오리진이 10년 이상 개발해온 첫 재사용 우주발사체로, 베이조스의 숙원이 담겨 있다. 2012년부터 설계를 시작해 2020년 첫 발사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엔진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겨 발사가 계속 지연됐다.
스페이스X 팰컨9이 2010년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2017년 발사체 재사용에도 성공했던 점과 비교하면, 뉴 글렌의 진도가 상당히 늦은 편이다. 우주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수많은 발사체를 쏘아올리며 실패를 감수하는 방식을 택한 반면, 블루 오리진은 완성도 높은 발사체를 한 번에 성공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했다.
뉴 글렌이 재사용에 성공한다면 팰컨9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1단을 재사용하는 기술을 통해 화물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로 줄였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사실상 민간 우주 시장을 독점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우주 발사 261회 중 절반이 넘는 134회가 스페이스X 발사체로 이뤄졌다.
뉴 글렌은 팰컨9보다 저렴한 운송 비용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뉴 글렌의 발사 비용은 6000만~7000만달러로 팰컨9과 비슷하지만, 높이가 98m로 팰컨9(70m)보다 크다.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중량도 뉴 글렌이 45t으로 팰컨9의 23t의 약 2배에 달한다. 그만큼 운송 무게당 비용이 저렴하다. 현재 팰컨9의 운송 비용은 ㎏당 3500달러(약 510만원) 안팎인데, 뉴 글렌은 ㎏당 15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위성통신도 불붙는다
베이조스는 머스크가 선점하고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도 도전한다. 스페이스X는 지구 저궤도에 수많은 위성을 띄워 세계 모든 곳에서 인터넷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스타링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6000개가 넘는 스타링크 위성군(群)이 지구를 돌며 통신을 연결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통해 스타링크와 유사한 ‘프로젝트 카이퍼’를 추진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에 3000개가 넘는 위성을 띄워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뉴 글렌의 지속적인 발사가 필수적이다. 베이조스는 “뉴 글렌을 올해 6~8회 발사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발사 횟수가 급증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우주 경쟁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