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창업자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신약 개발에 대한 집념과 철학을 받들기 위해 제정된 임성기연구자상의 대상 수상자로 서울대 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가 선정됐다. 만 45세 미만 연구자 대상의 ‘젊은연구자상’은 성균관대 의과대학 임세진 교수와 성균관대 화학과 이원화 교수가 받는다.
임성기재단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임성기연구자상 제4회 수상자 3명을 이같이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3월 초 열린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억원, 젊은연구자상 수상자 2명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이 전달된다.
임성기연구자상은 임 회장의 신약 개발에 대한 유지를 계승하기 위해 임 회장 가족이 설립한 임성기재단이 제정한 상이다. 재단은 의학, 약학, 생명과학 분야 석학들로 이뤄진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들을 선정했다.
최형진 교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 치료제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유발하고 식욕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 연구 내용은 뇌의 배부름 중추와 인지 과학에 대한 기초 과학적 발견으로 평가된다.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에 관련 논문이 게재되는 성과도 있었다. 임성기재단은 “최 교수가 전공 분야인 내분비대사 체계와 뇌 기초과학을 융합하는 독창적인 연구를 개척하고 있으며, 향후 그의 연구 결과와 업적이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젊은연구자상을 받는 임세진 교수는 ‘이식편대숙주병(Graft Versus Host Disease·GVHD)’의 면역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식편대숙주병은 골수이식 과정에서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몸을 공격하면서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치사율이 매우 높아 치명적이다.
임 교수는 동종 이식모델을 활용해 독점적 증식 잠재력을 가진 전사조절인자 TCF1을 발현하는 새로운 CD8 T세포 아집단을 발견했다. 또 TCF1 발현 T세포가 자원 세포로 기능하지만, Tim-3 발현 효과 T세포가 GVHD를 유발하는 주된 세포군임을 밝혀냈다. 이러한 업적은 향후 면역억제제와 면역조절제 개발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젊은연구자상 수상자인 이원화 교수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ARS-CoV-2에 감염됐을 때 발현되는 TOX 단백질의 새로운 병리학적 역할을 규명했다. 이 연구 내용은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취약 계층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유발되는 심각한 염증 반응과 조직 손상 원리를 밝혀낸 획기적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폐섬유화증 및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기여했다.
이 교수는 중증 호흡기·감염성 질환 치료에 있어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하며 기초 연구에서 임상적 응용연구까지 폭넓은 성과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연구는 염증성 질환 치료 및 관리에서 기초과학적 이해와 실질적 응용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며 해당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김창수 임성기재단 이사장은 “올해 임성기연구자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에서 혁신적 성과를 이뤄냈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임성기재단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생명공학, 의약학 연구 분야에서 잠재력 있는 연구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