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행사장.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행사로, 기업인과 투자자 8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장 중심 무대에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ADC는 약물을 항체에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제로, 암세포를 잡는 ‘유도미사일’이라고도 부른다.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개발 생산(CDMO)하는 회사로 세계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무대에서 ADC를 신성장 동력으로 공언한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삼성바이오 “ADC 시장 선제 대응”

2017년부터 9년 연속 JP모건의 초청을 받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ADC 완제 의약품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ADC 의약품 전용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500L(리터) 접합 반응기 및 정제 라인을 하나 갖추고 ADC 위탁 생산(CMO)과 위탁 개발(CDO) 채비를 마친 것이다. ADC는 부작용이 작고 치료 효과가 뛰어나 항암제 시장을 뒤흔들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0억달러(약 14조원)였던 ADC 시장 규모는 2028년 28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날 존림 대표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떠오르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 생산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오는 4월 가동을 목표로 제5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제6 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2032년까지 총 132만4000L로 생산 규모를 확장해 세계 최대 수준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도 새 먹거리로 ADC 꼽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한국의 양대 바이오 기업으로 꼽히는 셀트리온도 이날 행사에서 ADC 진출을 발표했다. 연사로 나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장남 서진석 경영사업부 대표는 미래 먹거리로 ADC와 다중 항체 신약 개발을 꼽았다. 셀트리온은 비소세포(非小細胞) 폐암 치료제와 방광암 치료제 등 기존 치료제를 개선한 ADC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활성화되는 다중 항체 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진석 대표는 “2030년까지 총 22개의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것”이라며 “항체 바이오 시밀러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와 역량을 바탕으로 두 가지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CDMO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최대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서정진 회장은 “CDMO를 통해 제2, 제3의 셀트리온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CDMO와 ADC를 공통 분모로 본격적으로 어깨를 겨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사업으로 K바이오 활기

이번 콘퍼런스의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롯데바이오로직스, 휴젤, 클래시스 등 한국의 바이오 기업 4곳이 발표에 나선다. 처음으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공식 초청받은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건설 중인 미국 항체·약물 접합체 생산 시설에 대해 밝힌다. 휴젤과 클래시스는 각각 글로벌 진출 현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행사장 밖에서도 K바이오를 알리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미국에 진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보유한 SK바이오팜은 남미 최대 제약사인 유로파마와 미국 합작 법인(JV)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