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탄성을 지닌 디스플레이 소재’는 자유롭게 펼치고 구부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소재의 한계로 인해 화면이 일그러지거나 착용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한쪽 방향으로 늘리면 수직 방향으로 오그라드는 ‘푸아송 비(Poisson’s ratio)’ 현상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이 이를 보완한 새로운 기판을 개발했다.
손정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진과 홍용택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푸아송 비'를 극적으로 낮춘 '나노구조 정렬 스트레처블 기판'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해 12월 게재됐다.
연구진은 두 가지 핵심 아이디어를 결합해 이번 성과를 달성했다. 먼저 고분자 블록이 연결된 블록 공중합체를 활용해 내부 나노 구조를 정렬했다. 이 블록 공중합체는 딱딱한 ‘폴리스티렌(PS)’과 부드러운 ‘폴리부틸렌(PIB)’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한 방향으로 배열하면 인장 방향과 수직 방향의 탄성 차이를 극대화해 수축을 감소시킬 수 있다. 기존 탄성체의 푸아송 비는 0.4~0.5 정도인데, 연구진은 이 값을 0.07 이하로 낮춰 늘리는 방향에서도 기판 수직 방향의 수축이 거의 없고, 화면 왜곡도 크게 줄어든 기판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어 나노 구조를 기판 전체에 고르게 정렬하기 위해 전단압연(Shear-Rolling) 공정을 도입했다. 이는 고온 상태에서 롤러와 스테이지 간 속도 차이를 이용해 균일한 전단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 공정을 통해 두꺼운 기판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실험에서는 기판의 가로 방향으로 50% 이상 늘렸을 때도 세로 방향 수축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기판을 실제 소자에 적용해 픽셀 배열 변화를 관찰했다. 기존 탄성체 기판은 50% 늘리면 픽셀 간 간격이 들쭉날쭉하거나 세로 픽셀이 붙는 왜곡이 발생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나노구조 정렬 기판은 픽셀이 고르게 배열되어 이미지가 깨지지 않고, 주름이나 거친 표면이 생기지 않아 투명도도 유지됐다.
새로운 스트레처블 기판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전자기기,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소재로 사용될 전망이다. 또 이번에 적용된 전단압연 공정은 다른 블록 공중합체나 고분자 필름을 대면적으로 만드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손정곤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나노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해 왜곡이 없으면서도 완전하게 투명한 스트레쳐블 기판을 개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단압연 기술은 대량생산과 산업화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며 “현재 이 기판을 활용해 인장 시에도 왜곡 없는 실제 디스플레이 디바이스를 구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고 자료
Advanced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dma.202414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