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출범 후 67년간 인류의 우주 탐사·개발을 선도해 온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구조 조정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NASA의 인력 감축뿐 아니라 운영 방향에도 관여하면서 조직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머스크는 21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궤도 이탈을 준비할 때가 됐다. ISS는 이미 목적을 다했고, 효용성은 거의 없다”며 “화성으로 가자(Let’s go to Mars)”고 했다. 1998년 발사된 ISS는 지구 상공 약 400㎞에서 우주 탐사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030년 말 운영을 끝내고 남태평양에 수장(水葬)될 계획이다. ISS 폐기 임무를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맡는다.
머스크의 이번 발언은 NASA의 주요 임무로 꼽혀온 ISS를 조속히 끝내고, 화성 개척에 우선 과제를 두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지만, 가능한 한 빨리 (ISS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며 “앞으로 2년 후를 권고한다”고 했다.
ISS는 물론이고 NASA의 유인(有人)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의 조직과 예산도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2일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주도해 온 짐 프리 부국장이 물러난다고 밝혔다. 사직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성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머스크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머스크는 “아르테미스 계획은 일자리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극히 비효율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구조 조정 여파로 NASA의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머스크가 수장인 DOGE는 NASA가 맺은 각종 계약들을 지난 13일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검토 결과에 따라 NASA의 인력과 예산이 대폭 감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지 방향에 따라 NASA 홈페이지에서 첫 여성 및 유색인종 우주 비행사들의 역사 등이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