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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여부 외에 다른 조건은 비슷한 28만명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접종자의 치매 발병률이 24%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연구팀은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특히 여성에게 효과가 컸다”고 했다.

연구팀은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1925~1942년에 태어난 28만2541명을 대상으로 7년간 추적 조사했다. 대상포진 백신의 접종 대상 연령 기준으로 나뉜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비교 연구할 수 있는 일종의 ‘자연 임상 시험’ 여건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86~87세가 되었을 때 8명 중 1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서 “백신 접종 그룹은 미접종 그룹보다 치매 발병률이 24% 낮았다”고 밝혔다. 생년월일이 불과 몇 주밖에 차이 나지 않고, 건강 수준도 비슷했는데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치매 발병률에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중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를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다만 “백신의 면역체계 활성화 효과인지, 바이러스 재활성화 억제 때문인지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미국에서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가 출시됐을 때 접종자 치매 발병률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도 새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를 접종받은 이들은 치매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상포진 백신이 어떻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분명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치매의 정확한 원인 자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유전적 요인 외에도 신경계에 침투하는 특정 바이러스, 특히 수두 바이러스를 포함한 헤르페스 계열 바이러스가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하버드대 의과 부속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은 “대상포진을 앓으면 치매 위험이 약 20%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부분적으로 염증을 유발할 때 뇌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