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제2의 눈’이 되어줄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14일 소개됐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연구팀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학술지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에서 인공지능·생체공학을 연구하는 구레이레이(顾磊磊) 교수팀은 스포츠용 선글라스처럼 생긴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이 제품엔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스마트 카메라와 이어폰이 달렸다. 카메라가 사진을 찍으면 이를 AI가 바로 분석해 눈앞에 장애물이나 다가오는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 그 분석 내용을 0.25초마다 이어폰을 통해 소리로 전달한다. 이동해야 할 방향에 맞춰 오른쪽이나 왼쪽 귀에 ‘삑’ 소리를 들려줘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알려주는 식이다.

손목과 손가락엔 진동 패치를 찬다. 장애물이 가까워지면 손가락의 패치가 부르르 떨며 경고 신호를 보낸다. 손을 뻗어 물건을 집으려 할 땐 살짝 다르게 진동하면서 ‘지금 잡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연구팀은 시각장애인 20명에게 해당 장치를 착용하고 길을 걷는 테스트를 했다. 미로처럼 생긴 길을 실내에 만들어 놓고, 불편 없이 걷는지 봤다. 가구가 많은 회의실, 복잡한 시내 거리에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장치를 착용하고 걸었을 때 걸리는 시간이 지팡이에 의존했을 때보다 평균 25% 줄었고, 같은 시간 동안 걷는 거리도 지팡이 때보다 25%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스위스 바젤의 시각임상의학연구소장 보턴드 로스카는 “이 장치는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장애물과 그 종류까지 파악해서 알려준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했다.

이 학술지는 “해당 장치가 아직 시제품 단계로 상용화하려면 더 많은 실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향후 장비를 더 작게 만들어 실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