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 컨소시엄이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한 데 대해 “민감 국가 지정에도 한미 과학기술 동맹 관계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7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진행된 연구로 수출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 컨소시엄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미주리대의 ‘차세대 연구로 사업’의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미주리대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등을 위해 열출력 20㎿(메가와트)급 연구로를 건설하기 위한 첫 단계다. 초기 설계는 연구로 개념 설계에 앞서 건설 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 설계 사전 정보를 분석하는 단계다.
초기 설계 계약 규모는 약 1000만달러(약 142억원) 수준으로, 향후 설계가 진행될수록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건설을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8~10년간 약 1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수출을 주도한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초기 설계를 수행하면서 2~3개월 후 추가 협상을 통해 개념 설계·기본 설계 관련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단계로 계약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수출로 한국의 원자로 기술이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향후 연구로 시장 진출을 위한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세계 연구로 수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이번 수주는 우리가 연구로 수출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청신호”라고 했다. 현재 54국에서 227기의 연구로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70% 이상이 40년 이상 된 노후 연구로다. 정부는 향후 20년간 50기 정도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불거진 민감국가 논란과 관련, 이번 수출이 한미 과기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이 차관은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미국과 교섭하면서 한미 간 과학기술 동맹 관계를 훼손하는 것이 없다는 미국 측 입장이 구체적으로 발생한 결과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15일 민감국가 발효 앞뒤로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구로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민감국가 문제는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두 건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