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미국 시장에 한발 가까워졌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에서 미란성 식도염(EE)과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NERD) 모두에서 1·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24일 밝혔다. HK이노엔이 지난 2021년 미국 파트너사인 세벨라 테라퓨틱스(Sebela Pharmaceuticals)에 케이캡을 기술이전한 지 3년 만에 나온 임상시험 결과다.
케이켑은 국산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피캡)이다.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는 1세대 히스타민2 수용체 차단제(H2RA)와 2세대 프로톤펌프 저해제(PPI), 3세대 피캡으로 이어진다. PPI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지만, 위산에 취약하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4~5일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피캡 제제는 위산 정도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효능도 바로 나타난다.
케이캡은 미란성 식도염 치료 부문에서 기존 치료제(PPI)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프라티크 샤르마 캔자스(Prateek Sharma) 의대 교수(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장)는 “가슴 쓰림과 위산 역류가 위식도 역류질환의 주요 증상이지만 그동안 가슴 쓰림 증상 개선만 이야기해왔다”며 “이전 약물 치료 연구들은 피캡 계열의 테고프라잔과 달리 위산 역류 증상 감소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케이캡의 이점이 분명하다는 의미다.
HK이노엔의 미국 파트너사인 세벨라는 현재 추가로 진행 중인 미란성 식도염 치료의 유지요법 임상 3상 시험을 올해 3분기에 마친 뒤 4분기에 미국 FDA에 미란성 식도염,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에 대한 신약 허가신청(NDA)을 제출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2010년 일본 라퀄리아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케이캡을 개발했다. 회사는 현재까지 48개국과 기술·완제 수출 계약을 맺고 15개국에 케이캡을 출시했다. 케이캡이 FDA 승인을 받으면 국산 피캡 치료제로는 첫 미국 진출이 된다.
케이캡은 미국 시장에서 유일한 경쟁 약물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퀘즈나(보노프라잔)’와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퀘즈나는 미국 출시 3분기 만인 지난해 7월 12만2000건의 처방 건수를 기록하며, 사실상 미국 피캡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업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파트너사의 미국 소화기 의약품 시장에서의 입지를 케이캡의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보퀘즈나 약가가 22달러(3만1480원)인 반면, 케이캡의 미국 약가는 17달러(2만4325원)로 추정된다. 또 케이캡의 미국 내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세벨라는 미국 소화기 의약품 전문 기업으로 현지 시장에서 두터운 입지를 갖고 있다.
곽달원 HK이노엔 곽달원 대표는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3상 임상시험을 마쳤다”며 “세벨라와의 협업으로 케이캡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의 케이캡 외에도 대웅제약의 ‘펙수클루(펙수프라잔)’,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자스타프라잔)’ 등 여러 국산 피캡 제제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펙수클루는 이달 초 진출한 인도를 비롯해 총 30개국에 출시됐했다. 자큐보는 이미 21개국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