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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아는기자 1호 성호철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차여경 매니저님이 보내온 기고입니다. 참 귀한 기고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도쿄에서 고군분투하다 결국 철수했습니다. 일본 진출을 위해 미국 우버이츠와 현지 데마에칸과 도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다 접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에 와보니 ‘경쟁’이라고도 보지도 않더라구요. 경쟁은 우버이츠와 데마에칸간 치열했을 뿐, 배민은 그 주변, 어느 메쯤인가를 맴돌다가 밀렸을지 모릅니다.

일본은 쉽지 않습니다. 자본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도 일본에선 참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때 도쿄를 제2의 본사로 키울 듯이, 빌딩 사옥을 구매하고, 스마트폰부터 TV, PC 등 엄청나게 마케팅했었습니다. 벌써 10~20년전 얘기입니다만, 아무리 쏟아부어도 성과가 없자, 도쿄 축소를 단행합니다. 전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대형 전자 매장에서 ‘삼성’ 브랜드가 찬밥을 넘어 아예 흔적 찾기 조차 힘든 곳은 없을 겁니다. 잘 찾아보면, 간간이 스마트폰은 보이긴 합니다만.

LG전자는 한때 OLED TV로 일본 TV 시장을 통째로 먹을 듯 했습니다만, 일본 현지 브랜드에 밀려 고전 중입니다. 하지만 LG전자는 끝까지 버티면서 조금씩 브랜드를 일본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돈을 왕창 버냐고요? 아닙니다. LG전자는 실패하지 않았을 뿐,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현대차는 일본에선 ‘야반도주’로 불립니다. 차를 한참 팔다가, 12년 전에 갑자기 철수를 결정하는 바람에 자동차에 가장 중요한 ‘AS(사후서비스)’가 내팽개쳐졌기 때문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다시 전기차를 들고, 일본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야반도주’의 악명에도, 그래도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큰 시장인 일본을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못한 일을 스타트업이 할 수 있을까요? 그 정답을 찾아가는 10곳을 스얼이 소개합니다. [오늘은 전문을 공개합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스타트업 트렌드리포트’를 통해 매년 창업자들에게 해외 진출 고려 정도를 물어보고 있다. 창업자 90.9%는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거나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무엇이 가장 어려울까. 창업자 3분의 1은 ‘현지 시장 조사 및 정보 파악’이라고 답했다. 재팬부트캠프가 탄생한 이유다.

재팬부트캠프는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들과 일본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 지원기관 등을 연결한다. 현지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접속이다. 현지 전문가들에게 일본 전략에 대해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올해 재팬부트캠프는 도쿄에서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지난 2년은 온라인이었지만, 올해는 도쿄 현장에서 열린다.

대체 일본엔 어떤 스타트업이 먹힐까. 재팬부트캠프 참가사를 선정할때 ‘일본 시장이 선호할 사업인지’, ‘일본에 법인을 세웠거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일본 시장에 진출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봤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눈여겨봤다. 최근 일본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핀테크, 인공지능(AI), SaaS 등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정한 곳이 업라이즈, 가우디오랩, 로보아르테, 에누마, 센드버드코리아, 에바, 샤플앤컴퍼니, 컬렉터스, 플레인베이글, 엔코드 10개 스타트업이다.

업라이즈는 의외의 선정이라고?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20~40대를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업라이즈는 일본의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는 유저 500만명을 ‘헤이비트’ 1차 목표 고객으로 삼고 있다. 헤이비트는 고객 대신 24시간 가상자산을 운용해주는 디지털 자동투자 서비스다. 헤이비트의 투자 알고리즘은 상승장에서 수익을 쌓아가며,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설정이다. 물론 ‘말만 쉽지, 실제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헤이비트는 지금껏 실적을 쌓아왔다. 업라이즈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가지고 있고, 블록체인/가상자산 교육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종합 핀테크 스타트업이라고 불릴 곳이 바로 업라이즈다.

가우디오랩의 오현오 창업가. 옆의 캐리커쳐는 발달장애작가인 정민우 님이 그린 그림. /가우디오랩, 정민우 제공

◇“좋은 소리는 국경이 없는 법” 가우디오랩

좋은 소리는 국경이 없는 법이지 않을까. 가우디오랩은 오디오테크 스타트업이다. 기술은 조금 생소할지 몰라도, 이 글을 읽는 구독자들이 한번쯤은 가우디오랩의 솔루션을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우디오랩이 개발한 오디오 솔루션은 OTT,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극장, AR/VR 등에 탑재되어 있다. 매일 2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네이버tv, V LIVE, 벅스뮤직, CGV, 스마트폰 및 무선이어폰(TWS)에서 가우디오랩의 기술력을 체감하는 셈이다. 가우디오랩의 창업자 오현오 대표는 전세계에 얼마 없는 ‘음향공학박사’ 이기도 하다. 가우디오랩은 일본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 유저들에게 더욱 ‘좋은 소리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

에누마 이수인 대표가 2021년 7월 30일 서울 성수동 HEYGROUND 성수시작점 에누마코리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누마코리아는 장애아동용 교육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수학앱으로 전세계를 흔들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에누마는 이른바 ‘착한 스타트업’의 대명사같은 곳이다. 뜻밖에도 일본에선 이미 입소문을 타는 실전형 일본 도전 스타트업이다. 에누마는 4~8세 아이들이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게임 기반 학습 앱을 서비스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에누마의 기초수학 학습앱 ‘토도수학’은 2014년 출시 후 일본 앱스토어에서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에누마의 ‘토도영어’도 지난해 일본 시장에 출시되었는데, 일본 학부모들 사이에 꾸준히 입소문을 끌고 있단다. 앞으로 에누마는 일본 내 B2B 파트너십을 확대해 에듀테크 대표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SaaS는 빼놓을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나 서울은 물론이고 도쿄서도 대세이기 때문이다. 재팬부트캠프에는 두 곳의 SaaS 스타트업이 참석한다. 한 곳은 샤플앤컴퍼니다. 샤플앤컴퍼니는 사무실 밖 현장 업무를 디지털화한 B2B SaaS 툴을 제공한다. 현장 직원을 위한 디지털 협업툴 ‘샤플’과 현장 시설관리 디지털화 솔루션 ‘하다’는 한국 뿐만 아니라 독일, 멕시코, 콜롬비아 등 유럽과 남미 지역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반응을 일본으로도 이어간다.

또 다른 한 곳은 센드버드코리아다. 센드버드는 전세계 1200개 기업 고객에게 실시간 채팅, 음성 및 비디오 환경을 앱에 넣을 수 있는 API를 제공하고 있다. 센드버드의 실시간 채팅 사용자는 2021년 대비 약 130% 증가했다. 월간 처리하는 메시지량은 70억 건이나 된다. 센드버드는 미국, 서울, 도쿄 등 전세계 9개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두고 안정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재팬부트캠프를 통해 일본 고객사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억달러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기업용 채팅 메신저 프로그램 스타트업 센드버드는 이번 투자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됐다. /유튜브

◇노후한 일본 전기차 인프라...에바가 왔다

일본이 의외의 고전을 하는 시장이 전기차다. 도요타와 혼다 등 세계적 자동차 회사가 즐비한데도 그렇다. 전기차는 일본 소비자에겐 여전히 생소한 대상이다. 전기차가 별로 안 팔렸으니, 전기차 충전기는 걸음마 단계다. 에바는 그래서 더욱 일본 시장을 눈여겨본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을 개발한 에바는 내년 초 일본에서 전기차 충전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금은 일본 유통사와 전기 설치회사들과 협업해 실증 단계를 거치고 있다. 에바는 CES 혁신상을 2개 부문을 동시 수상할만큼, 한정된 전력 자원으로 효율적인 충전 인프라를 제공한다. 전기 용량이 부족한 오래된 건물에서도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에바의 강점이다. 현재의 일본에 딱 맞는 기술 아닌가.

전기차 충전기 업체 에바는 전력선 1개당 5기의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고안했다. 기존엔 전력선 1개당 1기의 충전기 설치만 가능했지만, 블루투스 기술로 충전기끼리 전력과 충전량을 공유하면서 유휴 전력을 활용하는 기술 덕분이다. /에바

K-패션, K-콘텐츠, K-치킨 카테고리에서도 당연히 기대주는 있다. 커머스 플랫폼은 두 곳이다. 컬렉터스와 엔코드다. 컬렉터스는 한국의 브랜드를 액셀러레이팅하며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운영 대행, 물류 풀필먼트, 마케팅 3개 영역에서 브랜드들을 돕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컬렉터스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한국의 패션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 소개하고 유통시키기 위해서다. 엔코드는 전세계 800여 명품 브랜드를 최저가에 빠르게 선보이는 프리오더 이커머스 플랫폼 ‘디코드(d.code)’를 운영하고 있다. 디코드의 고객 중 88%는 MZ세대인데, 평균 MAU가 60만건 정도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엔코드는 지난 3월 일본 시장에 디코드를 출시해 일본 MZ세대 또한 함께 공략 중이다.

플레인베이글은 지난 9월 도쿄게임쇼에 참가했다. 가상 캐릭터와의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게임앱 ‘피카(Picka)’의 앱 누적 다운로드는 100만건에 달한다. 올해 초 출시한 영어버전도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플레인베이글은 올해 말 피카의 일본어 버전을 출시한다. 일본 18~25 여성 고객들이 이 스타트업이 원하는 타깃 시장이다.

10번째는 로보아르테다. 푸드테크 기업이자 F&B 기업이라고 정의해야하는 곳일까. 로보아르테는 협동로봇 프로그래밍을 통해 튀김조리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로봇으로 치킨을 튀기는 ‘롸버트치킨’ 브랜드를 론칭했다. 일반적으로 2~3명이 붙어서 해야하는 튀김조리를 조리 로봇 1대가 도맡아한다. 지금은 GS25에 롸버트의 튀김로봇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다. 튀김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로보아르테의 튀김로봇은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참, 재팬부트캠프는 올해 9회차다. 2014년 시작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재팬부트캠프에 참여했다. 또 성장했다. 그들은 모두 열정에 빛났다.

시간당 50마리 튀기는 로봇팔. /로보아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