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가 취소되면서, 스타트업들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서울 강남구청과 함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온라인 박람회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를 개최합니다. 홈페이지(http://iffestival.kr/)를 방문하시면 다양한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주요 참가 기업 인터뷰 시리즈 ‘득템 스타트업’을 연재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수업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수업은 화면과 PPT(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번갈아 보면서 필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용 문서 툴 ‘슬리드(Slid)’를 개발한 비브리지 박정현 대표를 만났다.
◇동영상 강의 자료 자동 캡처, 메모도 가능
슬리드는 온라인 강의 속 자료를 문서로 자동 변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온라인 강의에 슬리드를 적용하면 영상에 나오는 수업자료 슬라이드 이미지를 자동으로 캡처해준다. 따로 PPT자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캡처 이미지 밑에 메모 기능이 있어서 수업을 들으면서 메모도 할 수 있다. 강의가 끝난 후 캡처된 강의 자료와 메모 내용을 한 번에 PDF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사용이 간편하다. 슬리드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다운 받으면 크롬 같은 브라우저에 자동으로 설치가 된다. 동영상을 재생할 때 크롬 화면 상단에 설치된 슬리드 아이콘을 클릭하면 툴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동영상 강의의 한 화면에서 수업자료를 보면서 필기도 할 수 있어서 수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편리한데 무료다. 프로그램 설치와 사용에 돈이 들지 않는다.
◇코딩 독학해서 플랫폼 개발
박정현 대표는 서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군대 전역 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면서 코딩 개발 능력은 필수라고 생각했죠. 코딩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코딩 방법을 알려주는 교내 동아리를 찾아가서 배웠습니다. 이후 독학으로 코딩 능력을 키워서 처음 만든 게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 플랫폼이었습니다.”
군대 훈련병들에게 사회 소식을 큐레이팅해 인터넷 메일로 전해주는 서비스를 했다. “사회와 단절된 훈련병들이 바깥 세상이 궁금할거라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1만원의 유료 플랫폼인데 200명 이용자가 생겼죠. 그런데 서비스 중간에 군에서 군 인터넷 메일 서비스는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없다는 통보가 와서 결국 무산됐습니다.”
첫 플랫폼은 실패했지만, 개발자의 꿈을 스스로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입대한 아들을 위해 서비스를 신청한 어머니가 계셨어요. 아들이 뉴스레터를 통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죠. 돈을 받고 서비스했음에도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아 놀랐고 뿌듯했어요. 사회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플랫폼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스타트업 웨비티(wavity)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겼다. “학교에서 외국 스타트업과 재학생을 연결해주는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했어요. 플랫폼에 관심이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툴을 만드는 회사를 골라 지원했죠. 웹 엑셀, 채팅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담당했어요. 6개월 동안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외국 기업 문화를 경험하고 코딩 개발 능력도 키울 수 있었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휴학했다. 본격적인 플랫폼 스타트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음성인식이 되는 웹 프롬프터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프레젠테이션 등을 할 때 웹 프롬프터에 작성되어 있는 내용을 읽으면 자동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서비스죠. 대본을 외우지 않고도 자신있게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6개월만에 9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코로나로 위기, 슬리드 개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위기가 왔다. 오프라인 발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사태가 끝나기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걸 계기로 온라인 교육 시장이 더 커질 거란 생각이 들었죠. 온라인 강의 관련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후배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10년 전 인터넷 강의를 틀어놓고 공책에 필기하는 불편한 환경이 전혀 변하지 않았더라구요. 온라인 강의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툴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개발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 뭐였나요.
“앞선 업체가 없었어요. 참고할만한 정보가 부족한 거죠. 일일이 불편해 하는 내용을 찾아서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커피숍 같은 곳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패턴을 지켜봤습니다. 왼쪽에는 동영상, 오른쪽에는 워드를 띄워놓고 강의 내용을 캡처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동영상을 캡처한 이미지 위에 필기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렇게 공통적으로 불편해 하는 점을 뽑아서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3개월의 연구 끝에 호환성 높은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 “크롬, 웨일, 엣지 등 대부분 브라우저에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유튜브에도 적용할 수 있죠.”
편하게 복습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강의에서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다시 들으려면 동영상 재생바를 돌려가며 찾아야 합니다. 슬리드 프로그램에선 듣고 싶은 슬라이드를 클릭하면 해당 부분이 바로 재생됩니다. 강의자의 필기만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연내 5만명 이용자, 해외 진출 목표
대학생 커뮤니티에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모교의 에브리타임이라는 커뮤니티에 무료로 올렸어요. 사용자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하면서 홍보가 됐죠. 인기가 많아지면서 다른 학교 커뮤니티에도 소개됐습니다. 지금까지 1만명 이상 대학생이 10만개 넘는 강의를 슬리드로 들었습니다. 재방문률은 40% 이상입니다.”
-인상깊은 이용자가 있다면요.
“서비스 이용 후 100만원을 투자하고 싶다는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거절했지만, 사용자가 본인 돈을 투자하고 싶을 만한 좋은 서비스라고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올해 5만명 이용자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에 서비스하고 싶습니다. 같은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는 다른 나라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만들 계획입니다. 강의 중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고 답변하는 공간도 만들어 진정한 ‘온라인 교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 홈페이지(http://iffestival.kr/)를 방문하시면 ‘트라이큐브빅스’ 등 많은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