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가 취소되면서, 스타트업들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서울 강남구청과 함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28일부터 온라인 박람회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를 개최합니다. 홈페이지(https://bit.ly/3kCVsh3)를 방문하시면 다양한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매일 회원 가입 선착순으로 1만 포인트를 증정합니다. 주요 참가 기업 인터뷰 시리즈 ‘득템 스타트업’을 연재합니다.

한 번 창업하는 것도 어려운데, 네 번 도전을 한 청년이 있다. 한국에서 실패한 후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결국엔 디자인 협업소프트웨어 업체 창업에 성공한 픽셀릭의 정상용 대표를 만났다.

정상용 픽셀릭 대표 /더 비비드

◇개발자와 디자이너 협업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2019년 8월 설립된 픽셀릭(Pixelic)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스타트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제품 관리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은 픽셀릭을 통해 소프트웨어 디자인 제작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다.

엔지니어가 쓰는 이슈 트랙킹 툴 지라(Jira), 디자이너가 쓰는 스케치 (Sketch), 피그마 (Figma) 등을 연동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각자 자기 툴을 쓰면서도 소통을 통해 개발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지난 5월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뿐 아니라 원격근무를 하는 기업 직원끼리 편하게 협업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입니다.”

픽셀릭은 피그마를 연동해 쉽게 디자인 사양과 사용자 흐름을 만들고 한 곳에서 작업, 피드백을 모두 관리 할 수있다. /픽셀릭

◇CEO가 유일한 꿈, 3번의 창업 도전

정상용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어릴 때부터 꿈이 CEO였어요. 관련 전공을 들으면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일찍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첫번째 창업 아이템은 티셔츠 디자인 플랫폼이었다.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디자이너의 창작물을 모아 디자인한 티셔츠를 팔았다.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곧 접었다. 두번째 아이템은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모바일 커머스가 대세가 되는 걸 보고, 문구와 팬시용품 위주의 모바일 쇼핑몰을 만들었어요. 기존상품 소싱은 물론 직접 제품 기획까지 했죠. 그나마 쇼핑몰은 1년 정도 운영했는데 확장성이 좋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두 번의 창업 경험을 통해 IT분야 창업 성공을 위해선 대표 스스로 IT 개발 능력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캐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세대 IT융합공학부 대학원에 진학했다. “IT, 기계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서 배울 수 있었어요. 고교 시절 이과 공부를 한 적이 있어서 수업을 따라가는 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프로그래밍 공부 독학도 하면서 개발 능력을 키웠습니다.”

정상용 대표와 센트비 직원들 /픽셀릭

대학원 졸업 후 결혼을 했다. 미국 유학을 하기로 한 아내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이곳에서 세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경영과 공학 전공을 융합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분야가 뭘까. 고민했더니 핀테크 사업이 떠오르더라고요. 2015년 한국에 있는 지인과 공동으로 해외 결제 송금 플랫폼 ‘센트비’를 만들었어요. 기업 간 해외 결제 송금을 간편하게 한 서비스인데요. 제가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만들었습니다.”

이번엔 사업이 잘됐다. 47개국까지 서비스국이 확장되며 번창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한국과 미국을 원격으로 연결해 일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이다. “당시 30명 넘는 모든 직원이 한국에 있고, 미국에는 저 혼자 있었어요. 원격으로 협업하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결국 혼자 미국에서 기여하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해, 창업 3년 만에 공동대표에게 모두 위임하고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정 대표(좌)는 대학 후배이면서 스타트업 오픈서베이 근무 이력이 있는 김현준 씨(우)와 공동으로 픽셀릭을 창업했다. /더비비드

◇뜻 맞는 동료 모아 협업소프트웨어로 네번째 창업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1년 정도 지나자 창업 본능이 다시 꿈틀거렸다. “쉬는 동안에도 다음에는 어떤 창업을 할지 고민을 계속 했어요. 미국에서 한국 직원들과 원격 근무를 할 때 받았던 류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디자인 작업을 원격으로 협의하면 결과에 대한 피드백 교환이 무척 어려운데요. 협업을 지원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격 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 사업성이 있을거라 판단했습니다.”

미국 IBM 본사와 월마트 본사 전략팀 출신의 채수빈 씨, 대학 후배이면서 스타트업 오픈서베이 근무 이력이 있는 김현준 씨와 공동으로 픽셀릭을 창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팀, 관리자팀, 디자인팀이 함께 모이는 공동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 결과를 원클릭으로 불러 개발자와 관리자가 원격으로 함께 보며 얘기나누는 식이죠. 디자인 결과 보고를 위한 문서를 각 팀이 따로 작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협업용 메신저인 슬랙(Slack)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연동했다. 동료들이 슬랙에 남긴 피드백은 자동으로 픽셀릭의 디자인 버전 별 히스토리에 기록된다. 작업 과정을 따로 기록하고 전달할 필요가 없다. 현황과 우선순위를 관리할 수 있는 태스크 관리(Task Management) 기능도 도입해 팀 별로 일의 우선순위 설정에 도움을 주도록 했다.

제품 관리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픽셀릭을 통해 소프트웨어 디자인 제작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다. /픽셀릭

◇대학 시절 은사와 한 무대에서 창업 경연

출시하자 곧 반응이 왔다. 틱톡, 카카오 등 기업의 800명 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픽셀릭을 이용하고 있다. “영업, 마케팅 등 직군까지 이용자 폭을 넓힌 ‘하이퍼인박스’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11월 출시할 예정입니다.”

지난 7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개최한 스타트업 데모데이 D-DAY 본선에 올라 서울 마포 프론트원 입주권을 확보했다. 작년 세마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총 5억원을 투자받고, 올해는 본엔젤스에서 2억 3750만원을 투자받았다.

정상용 대표(우)와 김현준 이사(좌)는 김진우 교수(가운데)의 제자다. 창업인으로서 디캠프 디데이에 본선진출에 프론트원에 같이 입주했다. /더 비비드

-창업 후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디캠프 디데이 본선 무대에서 김진우 교수님을 만났을 때요.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님이신데요. 저와 김현준 이사가 학부 시절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창업인의 꿈을 확신한 바 있죠. 교수님은 불안장애, 치매 등으로 정기적인 정신 건강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본선 무대에 오르셨더라고요. 그런 교수님과 한 무대에서 경쟁이라니. 감회가 정말 새로웠습니다. 교수님이 자랑스러워하시며 더 열심히 개발에 매진하라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당장은 하이퍼인박스 출시 작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투자금으로 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더 올리면서, 이를 위한 엔지니어도 더 채용할 예정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소프트웨어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아요. 미국 시장을 주도하는 협업소프트웨어 선도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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