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페트리코스완의 김수완 대표.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들고 웃고 있다. /더비비드

아침저녁으로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이웃이 있다면 도저히 참기 힘들다. 화장실 환풍구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온 담배 연기는 우리 집에서 담배 피운 것 같은 흔적을 남긴다. 엘리베이터에 호소문을 남겨도 그때뿐. 이웃집을 직접 찾아가면 다들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생활용품 기업 페트리코스완의 김수완(33) 대표도 같은 일을 겪었다. 임시방편으로 화장실 천장에 붙인 덮개가 창업 아이템이 됐다. 이 한 제품으로 연간 5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다. 페트리코스완의 김수완 대표를 만나 환풍기 댐퍼 ‘에어스케이프’ 개발노트를 엿봤다.

◇층간 냄새, 시공 없이 잡는 에어스케이프

실리콘 차단판으로 역류하는 공기를 막는 원리다. /페트리코스완

에어스케이프는 이웃집과 연결된 환기구 통로에서 들어오는 냄새를 차단하는 역류방지 덮개다. 기존에 설치된 환풍기의 커버를 떼어내고 에어스케이프를 붙이기만 하면 된다. 타공 등 별도의 공사나 전기 연결은 필요 없다. 일반 환풍기 커버 모양으로 돌출돼있어 주기적인 세척이 가능하다.

에어스케이프 속 얆은 실리콘 차단판이 공기의 유입을 조절하는 게 원리다. 제품에 부착돼있는 황토볼은 제습과 유해 물질 차단의 역할을 한다.

2019년 9월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해 지금까지 7만개 판매를 넘었다. 황토볼의 제습⋅유해물질 제거 시험 성적을 받았고, 에어스케이프의 냄새 방지 원리로 4건의 특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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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코스완의 김수완 대표.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다 우연히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더비비드

2015년 경북대 식물생명과학과를 졸업했다. 식물을 개량해 새로운 품종 만드는 공부를 했다. “고추를 개량하는 연구실에 있었어요. 연구실 내부 온습도 조절을 점검하면서, 환기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한 품종을 만드는데 기본적으로 10년은 필요해서 온습도 조절, 해충 차단이 중요했죠.”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고시생이 됐다. “관세사 시험을 준비했어요. 학원 근처에 월세방을 구하고 3년 정도 고시 생활을 했죠. 집에서 공부하는 게 편해 학원 수업을 제외하곤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공부했어요. 1차 시험은 운 좋게 바로 붙었는데 2차 시험을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

한창 우울한 시기에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이 생겼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이 화장실에서 자꾸 담배를 피우더라고요. 좁은 방이 담배 냄새로 가득찼죠.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웟집에서 내려오는 담배냄새를 참다못해 환풍기를 직접 막아버렸다. 자취시절 실제로 사용했던 환풍기 커버. 창업 아이템의 모태가 됐다. /페트리코스완

임시방편으로 상자를 잘라 환풍구를 막아버렸다. “취업하면 나갈 집인데 제 돈으로 환풍기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환풍구를 아예 막아버렸어요. 환풍기를 켤 때를 대비해 덮개 양쪽에 날개 형태의 구멍을 냈죠. 환풍기를 안 쓸 때는 구멍을 막고, 사용할 때는 날개를 열어 쓰고요. 훨씬 낫더라고요.”

인생의 암흑기에 창업 도전을 결심했다. “생애 가장 우울한 시기였어요. 관세사 시험을 접고 공기업에 지원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였거든요. 기업 면접을 보고 나오는데, 우연히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의 버스 광고를 봤어요. 그때 문득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환풍기 마개가 떠올랐어요. 그길로 창업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2018년 10월 덮개 형태의 환풍기를 아이템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 8기에 선정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심사위원 중에 담배 냄새로 고통받던 분이 계셨어요. 1억원 정도의 지원금이 나오는데, 지원금을 받기 위한 보증금 명목으로 1400만원이 필요해, 부모님께 돈을 빌려 창업했습니다.”

◇페트리코스완의 환풍기 역류방지댐퍼 ‘에어스케이프’ 개발기

에어스케이프 개발 과정. 아이디어노트, 컴퓨터 모델링, 제조 모두 김 대표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페트리코스완

1. 제품 메커니즘을 보면 차별점을 알 수 있다(제품 구체화: 2018년 10 ~ 12월)

환풍기의 작동 원리부터 다시 공부했다. “화장실 천장에 달린 환풍기는 모터를 이용해 냄새를 바깥으로 배출시켜요. 공동주택에서 환풍기가 빨아들인 공기는 옥상의 흡출기(은색 왕관 형태)로 배출되는데, 구조상 각 세대의 공기는 모두 중앙 배관으로 모여요. 다시 말해, 화장실 환풍기 배관은 외부 및 다른 세대와 모두 연결된 구조죠.”

기압 차이 때문에 환풍기를 가동하고 있는 집의 냄새가 환풍기를 꺼둔 집에 흘러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화장실에서 냄새뿐만 아니라 유독 소음이 잘 들리는 것도 다 연결돼 있기 때문이더군요.”

환풍기의 구조를 파악하자 개발할 제품의 차별점이 보였다. “제가 생각한 제품으로 ‘환풍기 댐퍼’가 이미 있더군요. 2015년 9월 이후 건축되는 주택부터는 세대별로 댐퍼 설치가 의무입니다. 환풍기가 꺼져있을 때 공기 역류를 막는 장치죠. 그런데 이 댐퍼가 환풍기 일체형이거나 환풍기 안쪽 배관에 설치하는 제품밖에 없더라고요. 댐퍼를 수리해야 하거나, 아예 없는 세대는 무조건 환풍기를 떼어내고 설치해야 해요. 또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선을 새롭게 연결해야 하고요. 셀프로 시공하기는 어렵죠. 전⋅월세로 사는 가구처럼 환풍기를 뜯어내면서까지 집을 수리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은 엄두내기 어렵습니다.”

실리콘 차단판으로 역류하는 공기를 막는 원리다. /페트리코스완

최대한 기존 환풍기를 건드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세면대의 배수구 마개를 보고 떠올랐어요. 세면대에 물을 담을 때 배수구 마개로 배수 통로를 막는 것처럼 환풍기를 틀지 않았을 때 공기 흐름을 차단하면 되겠다 싶었죠. 환풍기가 켜져 있을 때만 통로가 열리면 되잖아요.”

환풍기 차단막의 소재를 찾다 ‘실리콘’을 택했다. “실리콘을 휴지처럼 아주 얇게 만들어 고정 장치 사이에 걸어두면, 환풍기가 꺼져 있을 때는 중력에 의해 저절로 닫혀 공기의 역류를 차단하고, 환풍기를 켜면 빨아들이는 힘 때문에 실리콘 판이 들리도록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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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께부터 테이프까지 직접 선정해라(제품 설계: 2019년 1 ~ 3월)

용접용으로도 쓰이는 3D사의 VHB 테이프. /더비비드

실리콘 차단 판의 ‘두께’에 집중했다. “공기 차단은 확실히 되면서, 환풍기의 흡기력에는 쉽게 들리는 아주 얇은 실리콘 판이 필요했어요. 0.3mm를 시작으로 0.01mm씩 조절해보며 실증 테스트를 거쳤죠. 본가, 집, 지인의 집을 50곳 이상 돌며 실험했어요. 구축 아파트, 빌라, 신축 아파트 등 골고루요. 공기 차단력이 99% 이상이면서, 약한 환풍기 흡기력에도 충분히 판이 들리는 두께를 찾았습니다. 0.285mm로 확정했죠.”

번거로운 과정 없이 셀프 시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아무리 쉽다고 해도, 나사를 조금이라도 돌려야 하면 아무도 안 쓸 것 같았어요. 접착테이프로 붙이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을 못 찾겠더군요. 3M사의 VHB 제품을 찾았어요. 전문가용 제품으로, 간단한 용접 대신으로 사용될 정도예요. 외부 습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강점도 있고요.”

3. 완벽한 선택은 없다, 최선의 선택만 있을 뿐 (제품 생산: 2019년 3월~ )

박람회에서 만난 황토볼 제습제로 제품력을 강화했다. /페트리코스완

금형을 만들어야 했는데, 공장마다 값이 제각각이었다. 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최대한 저렴한 걸 하자니 품질이 의심되고, 그렇다고 너무 고가는 여력이 안 됐어요. 10여 곳의 제조사를 만났는데, 한 대표님이 상황을 들어보시곤, 최곳값보다 조금 낮은 가격을 제시하시면서 MOQ(최소생산수량)를 아예 없애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여러모로 조건을 따졌을 때 합리적이었다. 일단 용접용 테이프는 산화되면 성능이 떨어져 미리 한꺼번에 만들어 두지 못하는 제품입니다. 또 수천개의 완제품을 당장 보관할 장소도 없었죠. 창고 대여비를 아끼는 셈 치고, 금형에 돈을 투자했습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박람회를 적극 활용했다. “제품 금형을 주고받는 동안 중소기업 박람회를 돌아다녀 봤어요. 미리 판매계획을 짤 생각으로요. 그런데 이게 제품력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황토볼을 발견했거든요. 실리콘 차단 판 주변, 즉 공기가 유입되는 곳에 황토볼을 두면 유해 물질도 제거되고 제습 효과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자리에서 황토볼 제조사 대표님께 사업을 설명하고 덮개 부분에 황토볼을 붙이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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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세 페이지도 콘텐츠다(판매 계획 수립: 2019년 6 ~ 9월)

직접 모델이 되어 에어스케이프의 성능을 보여주는 영상을 제작했다. /페트리코스완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펀딩을 통해 2000만원이 모였어요. 제품은 700개 정도 팔렸죠. 구축 아파트의 부녀회나 직업 군인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펀딩을 통해 알게 됐다며 공동 구매 관련 문의를 하는 연락도 꽤 많이 왔죠.”

상세 페이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비용은 없어도 제품 홍보는 해야 했어요. 홍보 모델이 없으면 내가 직접 찍자는 마음으로 상세 페이지를 만들었죠. 투명한 유리 아크릴판으로 방을 만들어 에어스케이프의 성능을 보여주는 영상을 찍었어요. 생소한 제품인 만큼 설치 가이드도 찍고요. 판매 초기에는 직접 소비자와 연락하면서 자주 하시는 질문을 모아 상세 페이지에 추가했어요.”

◇우연히 떠올린 아이디어가 5억짜리라니

에어스케이프를 개발한 페트리코스완의 김수완 대표. /더비비드

2019년 6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7만개 넘게 팔렸다. 총 개발 비용은 1억원이다. “출시 첫 해 7000만원 매출로 시작해 2020년 4억3000만원, 2021년 5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어요. 환풍구 냄새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악취를 막기 위해 계속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창업은 정보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정보는 이미 많아요. 그 속에서 나한테 정말 맞는 걸 잘 택하는 게 중요하죠. 금형비가 좀 비싸도 창고가 없는 제게 맞는 조건을 찾거나, 타공 대신 붙일 수 있는 용접용 테이프를 찾은 것처럼요. 내가 만들 제품과 가장 잘 맞는 정보를 찾는 것. 그게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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