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본 콘텐츠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충북대 화학공학과의 김범수 교수. /더비비드

교수 창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전까지 교수 창업은 제약, IT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고도의 기술력을 무기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충북대 화학공학과의 김범수(58)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연히 믿는 구석은 있다. 바로 기술력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연구력을 인정받은 그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소재와 약물전달시스템을 수십년 탐구한 화학공학자다. 과학자가 화장품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만나 소비재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에 대해서 들었다.

◇과학자가 개발, 피부 탄력 확 높여 노화 늦추는 화장품

바이오케미랩은 충북대학교 창업기업이다. /바이오케미랩

바이오케미랩은 충북대학교 창업기업이다. 대표이자 팀의 지도교수인 김범수 교수는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의 과학자다. 지금까지 국내외에 발표한 학술지와 논문은 200여 편에 달한다.

바이오케미랩은 화학공학 기술을 토대로 화장품을 만든다. 대표 상품은 NMN 안티에이징 리포솜 크림이다. 특허(제10-2728865호)받은 기술로 만든 미백, 주름개선 이중 기능성 화장품이다. 임상시험으로 효능을 증명하고, 피부 유효성 평가도 완료했다.

NMN 안티에이징 리포솜 크림. 부드럽고 촉촉한 제형이다. /바이오케미랩

NMN 안티에이징 리포솜 크림의 중심엔 NMN이 있다. 항노화 물질인 NMN은 세포 내의 화학 반응에 관여하는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의 생성을 증가시켜 노화 방지와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분자다. NMN은 매우 불안정해 상온에서 쉽게 분해되고 색이 변하는데, 바이오케미랩은 약물전달 물질인 ‘리포솜’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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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N 안티에이징 크림에는 NMN 리포솜이 10만ppm 포함돼 있다. 타 NMN 크림의 NMN 함량보다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 높은 수치다. 이 외에 피부 보습에 좋은 소듐 하이알루로네이트, 판테놀, 베타인 등의 성분과 피부장벽 강화에 도움이 되는 세라마이드 등이 포함돼 있다. 부드럽고 촉촉한 제형으로 피부 장벽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피부 자극도 판정 등급에서 무자극 등급을 받아 민감성 피부에 발라도 트러블을 유발하지 않는다.

◇기술은 있었지만 팔 데가 없었어요, 쓰라린 첫 실패

미국 포스트닥 시절. /김범수 교수 본인 제공

김 교수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84학번이다. 생물화학공학에 흥미를 느껴 학부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미국 MIT 화학공학과에서 포스트닥(박사 후 과정)을 수행했다. 당시 약물전달 분야의 세계 최고 과학자이자 모더나 공동 창업자 로버트 랭거 교수의 연구실에서 근무했다. 2001년부터 충북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연구 실적을 탄탄히 쌓아 온 학자다. 지금까지 국제 학술지에 2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영향력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SCOPUS(학술 데이터베이스) 인용 지표를 기반으로 그를 세계 상위 2%의 과학자로 선정했다. 세계 학술 분석 사이트 ScholarGPS가 선정한 평생 우수학자 순위에서 생물공학(Bioprocess engineering) 분야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외에 한국생물공학회 편집위원장 등 다수의 국제 학술지의 편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수십 년째 실험실을 지켰지만, 그의 시선은 늘 산업 현장에 있었다. “공학은 경제성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론 연구에 그치지 않고, 제품화까지 염두에 두죠. 요즘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화두잖아요. 30년 전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을 때, 미생물 고농도 배양을 통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경제적인 생산법을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 실적 덕분에 랭거 교수의 연구실에서 제의를 받았죠.”

김 교수는 연구 내용을 산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과학자다. /더비비드

MIT에서 의료용 생분해성 고분자 합성 연구를 하면서 약물 전달 시스템과 조직 공학을 처음 접했다. “생소한 분야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습니다. 동료 박사와 가족처럼 지내며 많은 도움을 받았죠. 약물 전달 분야에 활용되는 리포솜도 이때 처음 접했습니다. 리포솜은 구형의 인공 주머니로 항생물질이나 항암제의 약물전달운반체로 쓰이는 미세한 물질입니다. 활용 가능성이 많은 기술이죠. 이 시절 습득한 지식이 창업의 기반이 된 셈이죠.”

2021년, 학교에서 교내 창업을 장려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 기회가 왔다. “충북대 임용 후 바이오 케미칼의 효율적인 생산, 그래핀 등 나노소재의 친환경 합성 및 응용, 약물전달시스템 등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각광받는 신소재인 그래핀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래핀 생산을 사업화 하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기술이 있어도 판로가 없더군요. 첫 2~3년간 매출이 아예 없었습니다. 노선을 변경하기로 했죠.”

◇시계를 거꾸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성의 물질

NMN에 매료된 그는 이 물질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바이오케미랩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문득 그를 매료시켰던 물질 NMN이 떠올랐다. NMN은 하버드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저서 ‘노화의 종말’에서 언급한 항노화 물질이다. 세포 내의 화학 반응에 관여하는 NAD+의 생성을 증가시켜 노화 방지와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분자다. NMN을 응용해서 화장품을 만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학자답게 실험 정신을 발휘했다. 첫 실험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2018년 사이언스 타임즈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접했습니다. 생후 22개월인 쥐에게 NMN을 투여한 뒤 세포를 확인하자 생후 6개월의 상태로 변했다는 내용이었죠. 사람으로 비유하면 60세가 20세로 변한 것입니다. 관심이 생겨서 미국에서 직구로 NMN 캡슐을 구매해서 복용했어요. 며칠 지나니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인데 활력이 샘솟아서 그 자리에서 팔굽혀 펴기를 했어요. 집중력도 향상되는 느낌이었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리포솜 포장지로 피부 속까지 안전하게 배달합니다

(왼쪽부터) 테일러 반응기를 이용해 NMN 리포솜을 제조하는 모습, 테일러 반응기를 이용한 NMN 리포솜 제조 및 NMN 안정성 향상 논문.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바이오케미랩

NMN의 효능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크림 형태의 화장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관건은 NMN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NMN은 불안정한 물질입니다. 상온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돼 색이 변합니다. 친수성이 강해 피부 장벽 안쪽으로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었죠. 시중의 NMN 크림 모두 이 한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어요. 갈변하니까 NMN을 아주 조금 넣거나 NMN을 단순 혼합한 제품이 대부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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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의 열쇠는 리포솜에 있었다. “리포솜은 피부 세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피부에 쉽게 흡수됩니다. 또한, 내부 공간에서 NMN 같은 물질을 안정적으로 보호해 피부 깊숙한 곳까지 전달합니다. 갈변과 피부 장벽 전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NMN의 효능 발현이라는 본질적 기능까지, 세 마리 토끼를 리포솜으로 잡았죠.”

(왼쪽부터) 리포솜을 시각화한 그림, OATC 피부임상시험센터와 피부 유효성 평가 인체 적용 시험 결과. 피부 수분량 변화(왼쪽)와 안면 탄력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케미랩

NMN 리포솜 크림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도 진행했다. “공인인증기관인 세명대학교 화장품임상연구지원센터와 임상시험을 수행했습니다. NMN 원재료 시험 결과 프로콜라겐 생성량이 44.7% 증가했습니다. 피부 임상시험에서는 2주간 사용했을 때 4.4%, 4주간 사용한 후에는 10.6% 피부가 밝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OATC 피부임상시험센터와 피부 유효성 평가 인체 적용 시험도 진행했습니다. NMN 리포솜 크림을 4주간 사용한 결과 주름 개선 8.75%, 피부 수분량이 50.29% 증가하고, 볼의 탄력은 32.38%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가까이는 저희 누나들에게도 화장품 샘플을 줬어요. 기미가 없어지고, 잔주름이 옅어졌다며 좋아하더군요.”

◇연구자에서 기업가로

바이오케미랩은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으로 화장품·천연물분야 대상을 받았다. /더비비드

2024년 10월,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NMN 안티에이징 리포솜 크림을 출시했다. 쇼핑 플랫폼에서 라이브 커머스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테스트차 제품을 먼저 접한 쇼호스트들이 나서서 구매할 정도였다. 기세를 이어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했다.

기술력과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창업진흥원의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된데 이어,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에 선정돼 연구 개발을 수행 중이다.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으로 화장품·천연물분야에서 대상도 받았다. 요즘 화두인 물질인 NMN을 일상에서 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제시한 덕이다.

김 대표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도움을 발판으로 NMN 크림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비비드

늘 마음 한 켠에 품고 있었던 창업이라는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의 꿈에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도 했다. “대학원생 10명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NMN을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방법, NMN 분리정제공정 최적화, NMN을 함유한 리포솜을 효과적으로 생산하는 기술 등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들이 NMN 리포솜 크림의 기반이 됐죠. 제형 개발과 패키지 디자인을 할 때는 화장품 제조사에 근무하는 조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충북대 마케팅 동아리 학생들이 홍보와 마케팅을 도와줬고요. 좋은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차기작은 NMN을 함유한 마이크로 니들 패치다. “미세 바늘인 마이크로 니들은 약물 전달 분야에서 환자 친화적인 수단으로 꼽힙니다. 고통 없이 유효 물질을 주입해 생체 이용률을 높일 수 있거든요. NMN 고함량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붙이면 피부세포로 NMN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눈가나 팔자 주름개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연구자로서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제는 기술력과 과학 데이터에 기반한 제품으로 기업가로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바이오케미랩을 우리나라 최고의 NMN 기반 항노화 화장품 브랜드로 성장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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