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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스푸드의 정의찬 대표. /더비비드

간편식이 진화하고 있다. 요즘 간편식은 레토르트, 냉동 식품 정도를 넘어서서 식당에서 먹던 메뉴를 집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10대부터 축산업에 종사했던 찬스푸드의 정의찬(30) 대표는 간편식 시장의 변화를 간파했다. 운영하던 정육점을 접고 간편식 브랜드 창업에 뛰어든 계기다. 그를 만나 축산업 베이스 간편식 개발기를 들었다.

◇식당 음식 수준을 간편식으로 구현한 식품 브랜드

(왼쪽부터) 찬스푸드의 장모손맛 소내장탕, 미친아빠 감자탕. /찬스푸드

찬스푸드는 소, 돼지, 닭 등 축산물을 가공해 간편식을 만드는 기업이다. 정 대표의 축산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지식을 토대로 고기 누린내 없이 제품을 가공한다.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가격 부담이 적은 제품을 만드는 게 모토다. 2021년 창업해 지금까지 뼈 없는 갈비탕, 갈비탕, 소갈비찜, 도가니탕, 부대찌개, 소내장탕, 삼계탕, 감자탕 등 8가지 제품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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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상품은 장모손맛 소내장탕이다. 얼큰하고 칼칼한 맛으로 건더기가 푸짐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골 베이스에 청양고추와 비법 양념을 더해 계속 떠먹고 싶은 국물 맛을 완성했다.

호주, 뉴질랜드 소의 깐 양과 곱창으로 만들었다. 맑은 자연에서 자란 소의 내장을 엄선해 신선하다. 내장과 어우러지는 우거지는 국산 배추로 만들었다. 쫄깃하면서 시원한 식감이 식욕을 제대로 자극한다. 입소문이 나 온라인몰에서 매달 1만개 이상 팔린다.

◇학교 대신 정육점 문 두드린 10대

정 대표는 어린 나이에 축산업에 입문했다. /더비비드

정 대표는 청주에서 나고 자랐다. 10대 때 방황하다 부모님의 눈물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그는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치킨집 배달부로 일할 때, 회한을 느꼈다. 어느 추운 크리스마스 날, 그가 열심히 닭을 배달할 때 다른 누군가는 따뜻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한 것이다. 자존심이 상했다. 미래를 위해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고 판단했다.

근무했던 치킨집 옆에 있는 정육점 문을 두드렸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사람보다 고기를 좋아하니, 고기 공부 하기로 했죠. 다짜고짜 가게 사장님을 졸랐습니다. 일을 좀 알려 달라고요. 직원 뽑을 생각이 없다길래, 돈은 안 줘도 되니까 일단 받아달라 설득했습니다. 청소와 고기를 냉동고에 집어넣는 잡일부터 시작했죠. 그렇게 17살에 축산업에 입문했습니다.”

(왼쪽부터)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 축산물 대회 상장. /정의찬 대표 제공

첫 세 달은 월급도 없이 일했다. 고기 손질하는 법을 어깨너머 배웠다. 그의 진심을 알아본 사장이 그를 붙잡고 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하는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서러운 일도 많았죠. 그래도 최고가 되고 싶어서 2014년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최연소 합격자였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생전 안 하던 공부를 했습니다. 도서관도 그때 처음 가봤어요. 같은 해 농협중앙회에서 개최한 축산물 대회에서 대상까지 받았습니다.”

2019년 정육점을 차렸다. 실력도 있었고 그에 준하는 패기도 갖췄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저는 사업가를 꿈꿨는데, 정육점은 동네 장사 느낌이 강했습니다. 지역에 구애 받지 않고, 전국 단위의 일을 꿈꾼다는 걸 자각했습니다. 설상가상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제가 잘 아는 고기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장모손맛 소내장탕 개발노트

장모손맛 소내장탕을 들고 포즈를 취한 정 대표. /더비비드

1.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 전환한 배경

2021년 축산물 기반의 가공식 제조사 찬스푸드를 설립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고기의 부위별 특징과 부위별 조리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갈비탕과 도가니탕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저조했다. 오프라인 출시를 염두에 둔 게 패인이었다. 전국 방방곡곡 영업을 다니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제품을 생산하는 날에는 하루 20시간씩 일해야 했다.

이대로라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었다. 2023년, 온라인 유통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오프라인 판로를 확대하려면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영업해야 하는데요. 온라인 유통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해결되니까 적은 인력으로도 감당이 가능합니다. 창업 당시 직원이 저 혼자 뿐이라 온라인 전환은 필연이었습니다. 온라인 전환 후 첫 제품으로 갈비찜을 출시했는데 대박 났습니다. 출시하자마자 한 달에 몇 천개가 팔리더니, 현재는 한 달에 5만개씩 팔리는 효자 상품이 됐죠.”

2. 냉동 보관에서 실온 보관 제품으로

찬스푸드 생산 시설 내부. (왼쪽부터) 레토르트 멸균 시설, 포장 공정. /찬스푸드

시행착오도 있었다. “처음엔 냉동 제품으로 제조했는데요. 주문량이 폭증했을 때, 얼리지 않고 아이스팩을 동봉해서 배송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대부분이 상했어요. 2000만원 정도 손해를 봤죠. 타격이 컸습니다. 제 브랜드를 걸고 하는 일인데, 소비자에게 실망을 안겨줬으니까요.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때부터 실온 보관을 가능하게 하는 멸균 기술을 공부했습니다. 고급 외제차 한 대 값에 달하는 돈을 투입해 관련 설비도 보강했죠. 이후 모든 제품을 세균 수를 0으로 만들어 방부제 없이도 실온 보관이 가능한 레토르트 공법으로 생산합니다. 오래 실온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아요. 온라인 유통에 최적화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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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품 라인업 다각화

찬스푸드의 제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 대표. /찬스푸드

옳은 선택이었다. 냉동 보관 제품에서 실온 보관 제품으로 전환 후 매출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다음 단계는 제품 라인업 다각화다. “갈비탕, 사골 곰탕 등 이미 출시한 제품들 대부분이 뽀얀 국물이었어요. 얼큰한 맛이 부재했죠. 저도 순대국을 넣을 때 양념을 넣을 정도로 빨간 맛을 좋아하고요. 어떤 제품을 추가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내장탕이 떠올랐어요. 해장용으로 많이들 찾는 메뉴잖아요.”

4. 빨간 맛이 필요한 이유

제품 다각화를 위해 빨간맛을 추가했다. (왼쪽부터) 찬스푸드 감자탕, 소내장탕. /찬스푸드

관건은 가격경쟁력이 있으면서 질 좋은 재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부위마다 품질이 좋은 원산지가 달라요. 저희는 뉴질랜드산 깐양을 씁니다. 깐양은 소의 첫번째와 두번째 위인데요. 뉴질랜드는 소를 목초 사육을 해서, 곡물을 먹고 자란 소보다 내장의 조직이 쫀쫀하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곱창은 호주산입니다. 호주 소는 목초 사육과 곡물 사육을 병행하는데요. 곡물 먹고 자란 소의 곱창이 더 쫀득하고 고소합니다.”

적당히 매운 맛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맵지 않은 제품을 기호에 맞춰서 맵게 만드는 건 쉽지만, 이미 매운 제품을 안 맵게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매운 맛에 약한 분들도 먹을 수 있게 얼큰한 정도의 매운맛을 구현했습니다. 육수의 기본적인 풍미는 구수합니다. 지역의 소내장탕, 곱창 전골 맛집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특징을 육수에 담았죠. 여기에 비법 소스를 더해 계속 떠먹고 싶은 맛으로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어요. 저희만의 비결이거든요.”

5. 살코기 많은 감자탕 연이어 출시

미친아빠 감자탕을 든 정 대표. /더비비드

얼큰한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기로 했다. 두번째 타자는 한국인들의 술친구이자 대표적인 해장 메뉴 감자탕이다. “살이 많고 부드러운 미국산 돼지 목뼈로 만들었습니다. 두툼한 살코기가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 일품이죠. 육수 베이스는 소와 돼지의 사골입니다. 진하고 깊은 맛이 나죠. 여기에 국산 우거지를 아낌없이 넣어서 씹는 맛을 더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축산물 간편식 브랜드라는 꿈

정 대표는 찬스푸드를 우리나라 최고의 출산물 간편식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더비비드

찬스푸드의 제품은 온라인몰, 지역 식자재 마트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 장모손맛 소내장탕은 한 달 평균 1만팩, 미친아빠 감자탕은 한 달 평균 1만5000개 팔린다. 2024년 연매출 20억원을 기록했다. 가족을 통해 소내장탕을 접했다가 맛에 반해 5000개 대량 주문을 한 소비자도 있었다. 앞서 선보인 제품들의 성공을 발판으로 육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 대표는 간편식에 내 취향을 더하면 몇 배는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내장탕에 청양고추나 베트남 고추씨를 넣어 보세요. 깔끔하게 매운 맛이 납니다. 감자탕은 들기름을 한 바퀴 둘러서 먹는 걸 추천합니다. 고소한 풍미가 입 속에 퍼집니다.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어도 별미죠. 제가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맛을 인정받아 식당에도 일부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간편식을 만들었다는데 긍지와 보람을 느낍니다. 찬스푸드를 우리나라 최고의 축산물 간편식 브랜드로 키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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