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40대 서울대 공대 교수의 500억 잭팟 소식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대 전기공학부의 권성훈 교수. 권 교수가 10년 전 설립한 미생물 진단 혁신기업인 ‘퀀타매트릭스’는 다음 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제약 바이오 부문에서 ‘하얀가운’들이 창업하고 상장까지 해서 대박을 거둔 사례는 제법 있었지만, 공대 교수가 ‘실험실 창업’에 성공하고, 증시까지 입성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권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94학번으로, 석사까지 마친 후에 도미해서 미국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6년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퀀타매트릭스’는 2010년 설립했다. 권 대표는 회사 지분 15.26%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 희망가액 최상단 기준으로 520억원에 달한다.
통상 미생물 진단은 자주 출몰하는 병원성 미생물만 모아도 수십 종이고,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배양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지난 수십년간 이렇다 할 기술 혁신이 없던 분야다. 권 교수는 “첨단 기술과 융합해 수많은 수작업을 대체하고, 더 빨리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자동화 장비와 키트를 함께 만들어 냈다”면서 “패혈증 환자가 본인에게 맞는 항생제를 처방받으려면 최소 3일은 걸렸는데 이를 6~7시간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최근 패혈증으로 인한 급성사망 기사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에 대한 경고가 많이 나오고 있죠. 병원균을 찾아내서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고, 그 균을 제압할 수 있는 최적의 항생제를 찾아 처방까지 내리는 것이 핵심 기술입니다. 세균 질병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골라내기 위한 검사라고 이해하면 쉽죠.”
서울대 공대 교수의 실험실 창업이라는 점 외에도 퀀타매트릭스는 기존 새내기 상장사와는 차별화되는 흥미로운 포인트들이 두 가지 더 있다.
우선 퀀타매트릭스의 최대 주주가 미국의 에즈라자선신탁(Ezrah Charitable Trust, 17.31% 보유)이라는 점이다.
권 교수는 “자선신탁 설립자인 데이빗 코헨(사진)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데이빗 코헨씨는 가까운 지인이 패혈증으로 사망해 패혈증 진단 관련 혁신 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료를 분석하다가 우리 회사를 알고 먼저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데이빗 코헨씨는 나스닥 상장사이자 퀀타매트릭스의 경쟁사인 엑셀러레이트 다이아그노스틱스(Accelerate Diagnostics)의 공시 자료를 검토하다가 퀀타매트릭스를 발견했다고 한다. 권 교수 회사가 기존 패혈증 진단업체보다 기술력이 훨씬 앞서고 특허 포트폴리오까지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거액을 투자했다고 한다.
그 다음 재미있는 두 번째 포인트는 주요 주주들의 보호예수 기간이 2년이라는 점이다. 통상 상장 과정에서 대주주들의 ‘먹튀’를 막기 위해 보유 지분을 1년 정도 팔지 못하게 해둔다. 그런데 퀀타매트릭스는 이례적으로 2년으로 길게 정했다. 그만큼 회사 성장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권 교수는 “개인 지분은 보호예수로 2년간 묶이지만, 2년이 지나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며 “먼 미래에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생긴다면, 혁신기업들의 성장에 자금과 경험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생활을 혁신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실험실 창업”이라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처럼 학내에서 많은 벤처 기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과학과 공학으로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인재들이 공학에 관심 갖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