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회복기엔 업종보단 위기 극복 역량을 보유한 개별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합니다.”

올해 세계 경제와 증시는 코로나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로 변화를 겪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하며 산업 구조가 바뀌었고, 개인들의 소비 패턴 등 생활 방식까지 1년전과 크게 달라졌다. 여기에 미·중 무역 전쟁, 미 대선 등 정치·외교적 이슈까지 겹치면서 2020년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였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는 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을 하며 시중에 유동성은 급증했다. 그러나 그 돈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 자금이 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톰 핑크 前 베어링 회장, 크리스토퍼 스마트 BII 대표.

11일 열린 제11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투자전략’ 세션에 연사로 나온 톰 핑크 전 베어링 회장과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BII) 대표는 코로나 위기 회복기에 주목해야 할 투자처를 제시했다. 세션은 존 박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베어링은 미국과 유럽, 호주, 아시아 전역에 사무소를 두고, 346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스마트 대표는 “코로나 위기 후 각 지역별·업종별·기업별로 회복 속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도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특정 국가나 산업을 선택해 투자하기 보단 특정 업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기업의 경영진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대표는 2018년 베어링에 합류하기 전까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미국 재무부와 백악관에서 경제 정책 관련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2013년부터 2년간 오바마 대통령 특별 보좌관으로 무역·투자 등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한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후 전 세계 경제 회복은 미국의 소비 심리에 달려있다고 봤다. 스마트 대표는 “백신이 잘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드디어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미국에서 소비자 심리가 회복되면 확실하게 경제 회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내년 경기가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톰 핑크 전 회장은 “화이자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판이 될 때까진 안심할 수 없다”며 “내년은 물론이고 경제가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회복할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34년간 금융권에서 경험을 쌓아온 핑크 전 회장은 2016년부터 베어링그룹을 이끌어오다 최근 경영권을 마이크 프레노 사장에게 넘겼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핑크 전 회장은 “코로나 시대 이후엔 정부를 비롯해 여러 경제 주체의 상당한 지출이 예상된다”며 “특히 인프라스트럭처에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고, 이 분야에선 지금보다도 더 높은 투자 수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한 뒤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 대표는 “조 바이든은 일본 등 기존의 전통 동맹국들과 관계를 더 공고히 할 것”이라며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제조업 부문에서 보호주의 성향을 보일 수 있어 미·중 관계는 트럼프 정부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순조롭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시아 지역 기관투자자들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한 기업 평가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핑크 전 회장은 “해외에 투자해 줄 자산운용사를 선택하면서 그 회사가 재무적으로 견실한지는 물론, 투자 원칙에 ESG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