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만 또 주저 앉았다. 6일 한국 코스피는 전일보다 -1.82% 떨어진 2908.31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3.46% 급락한 922.36으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05%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도 -0.4% 하락한 채(오후 4시 현재) 거래 중이다. 5일(현지시각) 미국·유럽 증시는 1% 안팎으로 올랐지만 아시아 증시는 반등세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날 한국에서는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5% 올라, 9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더 커졌다. 해외에서는 5일(현지시각)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다음 주에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잔인한 9월’에 이어 ‘불안한 10월’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1990년부터 31년간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변동성지수(VIX)의 월 평균은 10월(21.77)이 가장 높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997~2021년(8월 말) 24년 8개월(296개월)간 코스피 월 평균 수익률에서 10월(-0.98%)은 9월(-1.12%) 다음으로 하락률이 컸다.
◇중국 등 아시아 흔들, 코스피 2800 밑돌 수도
전문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가 동반 하락 중인 것으로 평가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등 제조업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진 데다 동아시아가 에너지 최대 수입 지역이라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 타격을 받고 있다”고 봤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에 선행하는 특징도 한국 증시의 불안 이유로 꼽혔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를 지난 8월 올리고 추가 인상까지 예고한 한국부터 긴축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안은 10월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이벤트 일정을 볼 때 11월초까지 불확실성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정부 부채 한도 타결 기한은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고,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 역시 9월말에 연기한 달러 채권 이자 상환 여부가 10월말에 가려진다. 다음 달 3~4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테이퍼링(채권 등 자산 매입 축소) 일정이 발표된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10월은 증시의 변동성이 가장 크고, 미국 증시 역사상 최악의 폭락이 두 번이나 일어난 달이다”며 “‘블랙 스완(예상 못한 위기)’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우평균이 하루에만 22.6%(508포인트) 대폭락한 ‘블랙먼데이’는 1987년 10월19일에 발생했고, 대공황의 발단이 된 ‘검은 목요일’도 1929년 10월24일에 일어났다. 두 충격 모두 투자 낙관론에 주가가 급등한 뒤 폭락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내에 코스피가 2800 밑으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600까지 밀릴 수 있다”는 비관론(김영익 서강대 교수)도 있었다.
◇투자 눈높이 낮춰야 한다
이날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1.25% 내리며 종가 기준 연중 최저가(7만13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달 27일보다 7% 하락한 수준이다. 이날도 외국인·기관들은 팔았지만 개인만 998억원어치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이날 포함 최근 6일 연속 총 1조1227억원 순매수다. 과거 아시아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학습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투자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업 실적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월가(街) 전문가들은 곧 발표될 3분기 S&P500 기업들의 실적 성장률이 평균 27%를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2분기(88%) 대비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만약의 경우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폭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자산 목록(포트폴리오)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구용덕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우리나라도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10만전자’가 아니라 ‘8만전자’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