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은퇴 기간이 20년 미만으로 짧은 동안에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기로 은퇴 이후를 바라보았으나 현재는 은퇴 이후의 생활 기간이 과거보다 2배 정도 증가해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의료 기술 발전과 식생활 개선 등으로 평균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앞으로 은퇴는 경제적인 준비와 비경제적인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젊은 날과 다름없는 열정, 성취감, 행복 등을 다양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2010년 인구의 평균 기대 수명은 80.2세였으나 2019년 조사에 의하면 83.3세로 불과 9년 만에 3.1세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장수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으나 준비 없는 장수는 오히려 재앙일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 은퇴 준비 4대 원칙
첫째는 은퇴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다. 자산을 축적하는 방법은 소득을 높여 저축이나 투자 금액을 늘리거나 소득 기간을 늘리는 방법과 투자된 자금의 수익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소득을 높이는 획기적인 방법도 없고 투자 수익을 비현실적으로 높일 방법은 없다. 만약 그러한 비법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 기간을 늘려 자산을 더 많이 모으는 것이 유일하다.
현직에서 물러나 은퇴한다는 것은 근로나 사업에 의한 소득이 단절되는 것으로 충분한 은퇴 자금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경우 은퇴와 동시에 빈곤으로 전락하는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직을 지속할 수 없다면 소득이 낮더라도 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준비를 은퇴 이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만약 55세에 은퇴한다면 2019년 기준 평균 기대 수명 83.3세를 감안할 경우 은퇴 기간이 28.3년인데 이 동안에 소비할 은퇴 자금이 불충분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현실에서 정년인 60세를 기준으로 은퇴 이후 소비가 왕성한 기간은 10년 정도이며 이후 건강 수명 기간이 지나고 나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비가 왕성한 기간을 최소로 한다면 확보해야 할 은퇴 자금은 상당량 감소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득이나 직무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어 일정 비율의 생활비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은퇴 이후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사회 일원으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정신 건강에도 좋다.
둘째, 현재의 소비를 합리적으로 하라.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다. 은퇴한다는 것은 근로나 사업에 의한 소득이 중단됨을 의미하므로 더 이상 일에 의한 소득은 없는 것이다. 은퇴까지 축적한 자산을 꺼내 쓰거나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의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자산을 이전해 주어야 생활에 문제가 없다.
과거 2010년 기준으로 15~65세 인구 100명당 14.8명의 노년 부양비였으나 2020년은 21.7명으로 증가하였고 2060년의 노년 부양비의 예상치는 94.8명으로 이제는 청장년층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은퇴 준비를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은퇴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소비를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 소득 단절을 해결하고자 많은 나라는 3층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오랜 기간 운영하여 왔으나 우리는 국민연금 이외 별다른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으나 퇴직연금은 자녀들의 학자금이나 주택 마련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중간 정산해 소진한 경우도 많다. 현재 기준으로 가입자 1인당 연금액이 4000만원 정도로 점차 길어지는 은퇴 기간의 소득으로 활용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은퇴 자산 관리는 안전 운행이 기본
셋째, 거주 주택은 은퇴 자산이 아니다. 우리나라 장년층의 최대 자산은 부동산으로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 고도 성장기에 주택 가격의 상승과 함께 당연하게 자산 축적을 위해 주택을 구입하고 넓혀 나가면서 장래의 은퇴에 대한 대비를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웃 나라나 과거 사례를 보면 부동산 가격의 하락기에는 자산 가치 급락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거주하는 주택의 상당 부분은 본인 소유가 아닌 금융기관이 실질 소유자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50대의 가정은 평균 자산이 5억 정도이고 부채는 1억원 정도이며 이 중 대부분은 거주 주택이고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자산은 5000만원 정도로 가계 금융 조사에서 나오는데, 50대 가장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거주 주택을 팔아서 은퇴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이유로는 자녀의 학자금과 결혼 자금으로 자산의 상당량이 소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들은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 정신적 후유증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6000만~7000만원 정도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채 해소와 자녀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나면 부부가 생활하는 거주 주택은 절반 정도 소진되거나 축소되어 평수를 줄여 생활해야 하는 사용 자산으로 전락하게 된다. 평가 가치가 높지 않다면 주택연금으로 전환하여도 장기인 은퇴 기간으로 인해 평생 연금액을 지급받고자 한다면 생각보다 연금액이 낮아 은퇴 생활에 지장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산 관리를 신중히 하라. 부족한 은퇴 자금 확보를 위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거나 평생 해보지 않던 일에 자금을 투자하여 사업을 하는 등 은퇴 이후의 자산 관리에 허점을 보인다면 다시는 자산을 축적할 기회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낮은 금리로 인해 예금 매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고수익 상품은 그에 상응하는 고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은 자금으로 투자를 통해 거액을 확보한 일부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행운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나 창업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것은 육상 경기의 마라톤과 같아서 단거리 선수처럼 10초로 주파한다면 얼마 가지 못하고 체력적인 한계에 봉착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전문가나 은퇴 선배와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본인의 은퇴를 위한 계획, 실행, 평가를 꾸준히 한다면 마라톤처럼 긴 구간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