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타는 미국에만 가시고 한국 주식시장엔 안 오시나봐요.” “작년처럼 산타 랠리가 올 줄 알았는데... 산타 폭탄이 오는 건가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2998선에서 마감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산타 랠리로 들뜬 미국 증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국 증시는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산타 랠리란, 12월 25일 성탄절 전후로 해서 연말과 연초에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계절적인 효과인 셈인데, 성탄절을 계기로 소비가 늘고 내수가 호조를 보이면 관련 기업 매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다. 작년 12월에는 개인의 왕성한 매수세에 코스피가 11% 올라 22년 만에 최고의 산타 랠리가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선물 보따리를 든 산타의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급기야 힘없이 주저앉는 코스피 그래프에 잠자고 있는 산타의 모습을 겹쳐서 그린 사진까지 등장했다.
국내 개미들의 화력도 크게 약해졌다. 2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개인 매매 비율은 코스피 기준 연초만 해도 70%를 웃돌고 9월까지 60%대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 동력이 약해지면서 개인들의 주식 매매 패턴이 저점에 매수한 후에 단기로 차익 실현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개미들의 변심으로 이달 코스피 일 평균 거래 대금도 작년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횡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해 크게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거래 대금이 줄어들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약 10조60억원으로 지난해 5월(9조9570억원)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투자 열풍이 이어졌던 지난 1월(26조4780억원)이나 2월(19조950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심지어 거래 대금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었던 지난달(11조7540억원)과 비교해도 15%가량 줄어든 것이다.
시가총액 대비 거래 대금 비율을 나타내는 시가총액 회전율 역시 낮아졌다. 이달 들어 월평균 회전율은 7.3%로 2019년 12월(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평균 회전율은 올 1월 24.9%였고, 이후에도 10%대는 유지했었다. 개인들이 국내 증시보다는 해외 주식이나 가상 자산에 투자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지난 21일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55억5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