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였던 1월 7일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며 축포를 쏘았던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2977.65로 끝났다. 작년 말 대비 상승률이 3.6%에 그쳤다. 2000년부터 22년간 상승률 순위에서 13위에 해당한다. 해외 증시와 비교하면, 주요 20국(G20) 증시 가운데 19위에 해당한다. 브라질 증시(-12.5%)에만 이긴 셈이다. 코스닥 지수는 1033.98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코스피는 1956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첫 거래를 시작한 지 65년 만에 처음 3000선을 넘어섰다. 7월 6일에는 3305.21이라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결국 3000선을 지키지는 못했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공급망 마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등으로 인한 경기 위축 우려와 외국인 자금 이탈, 코로나 장기화 등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11월 30일에는 작년 말(2873.47)보다 낮은 2839.01까지 추락했다.
◇코스피 상승률 G20 가운데 19위
올해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보다 수익률이 크게 뒤졌다. 미국 뉴욕 증시의 S&P500지수는 29일(현지 시각) 4793.06으로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서만 70번째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증시 거래일 기준으로 3~4일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작년 말 대비 27.6% 상승했다. 다우평균(19.2%)과 나스닥지수(22.3%)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대만 자취안지수(23.7%), 인도 센섹스지수(21%), 일본 닛케이지수(4.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4.2%)의 상승률이 모두 코스피보다 높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3.3%)와 LG화학(-25.4%)을 제외한 8개의 주가가 올랐다. 특히 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43.9%)와 네이버(29.4%)의 상승률이 높았고, 기아(31.7%)도 크게 올랐다.
◇주식 인구 1000만 돌파 등 각종 기록의 해
국내 주식 투자자 수는 올해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614만명이었던 주식 투자자는 작년 말 914만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보통주+우선주) 주주는 작년 말 254만명이었는데 지난 9월에는 2배가 넘는 570만명까지 불어났다. 10세 미만 주주와 20대 주주의 증가율이 195.2%, 180.9%로 특히 높았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외 증시에서 103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순매수(약 87조3000억원)보다 16조원 불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65조902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0조9040억원을 순매수했다. 해외 주식도 지난 28일까지 225억8800만달러어치(약 26조9000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투자 수익률은 저조한 편이다. 본지가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순매수 가격과 30일 종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추산해본 결과, 개인 투자자의 평균 투자 수익률은 -8.9% 정도다. 2조59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 개미 작년보다 2배 늘어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계좌는 386만8203개로 작년 말(189만6121개)의 2배쯤으로 늘었다. 동학 개미보다 서학 개미가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에만 해도 ‘십만전자(주가가 10만원대인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가 30조원 넘게 순매수한 삼성전자 보통주는 30일 작년 말(8만1000원)보다 낮은 7만8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테슬라는 올해 50% 넘게 오르며 1000달러선을 돌파해, ‘천슬라(주가가 1000달러대인 테슬라)’가 됐다.
서학개미 순매수 2위도 주가 상승률이 88.2%였다. 나스닥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