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재무 담당 직원 이모(45)씨가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 회사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이 2년 전부터 “내부 거래관계가 복잡해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 감사인 인덕회계법인은 2019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 의견에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상당수의 특수관계자가 존재하며 거래유형이 다양하고, 특수관계자에 대한 거래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관계자 등과의 거래 및 잔액이 집계되고 공시되는 과정에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2018년 이전 감사보고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이 문구는 2019년부터 담기기 시작했다. 사실상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인덕회계법인은 “주주총회, 이사회 의사록, 주주명부 등을 통해 특수관계자 유·무를 검토하고 거래원장을 입수해 거래 유형을 파악했다”며 “다만 이런 사항에 대해 별도의 의견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내부 부정이나 회계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책임이 없다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둔 것으로 보인다.
인덕회계법인은 2016년부터 오스템임플란트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A회계법인이 감사를 진행했는데, 2019년에 A회계법인이 진행한 2014~2015년 사업 보고서에 대한 정정공시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오스템임플란트는 2014~2015년 재무제표에 대해 ‘종속기업 투자주식 손상차손 과소계상 및 특수관계자와의 지분거래 내역 미기재’를 이유로 숫자를 고쳤고, 그 결과 자산은 85억원, 당기순이익은 57억원 줄었다.
국내 1위 임플란트 제조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 담당 이씨는 작년 10월 1880억원을 횡령해 코스닥 반도체 장비 업체 동진쎄미켐 주식을 1430억원 매수했다가 매입금액보다 낮은 금액에 팔아 손해를 봤다. 이씨는 주소지가 경기 파주시라서 증권가에서 ‘파주 수퍼 개미’로 알려졌는데 투자금의 출처가 횡령금이라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12월 31일 사건을 인지하고 이씨를 횡령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
금융감독원도 오스템임플란트 재무제표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섰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수사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실관계나 법리적 측면이 분석될 것으로 생각을 하고 그러한 상황에 대해 금감원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혹시라도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필요한 시기에 꼭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외에도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해 “물밑에서 (해야 할 일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