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독일 빌섹의 군용비행장에서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루마니아로 재배치를 준비 중인 주독 미군 제2 기갑연대 소속 병사들이 스트라이커 장갑차량을 정렬하고 있다.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 동유럽에 추가 배치되는 미군 병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때 지원에 나서게 된다. /연합뉴스

14일 코스피는 1.57%, 코스닥은 2.81% 급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한때 투자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27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일본(-2.23%), 중국(-0.98%)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11일 미국 장 마감 2시간여 전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은 48시간 내에 떠나라”고 경고했다. 반등 기미를 보이던 증시는 갑자기 하락 반전해 나스닥·다우평균이 2.78%·1.43%씩 급락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채권에 투자가 몰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08%포인트 급락(채권값 상승)한 연 1.955%를 기록했다.

그래픽=박상훈

◇코스닥, 세계 주요 지수 중 수익률 최하위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 특히, 기술 성장주들이 많이 포함된 코스닥 시장에서 연초 후 11일까지 2조9000억원어치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그 결과 같은 기간 코스닥은 15.1% 하락하며 주요 증시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미국 나스닥(-11.8%)은 물론, 중국 선전지수(-10.4%)를 크게 밑돌았다.

코스피도 올 들어 주가가 7%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25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매도세를 멈추긴 했지만 매수세가 약하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들이 4조원 넘게 팔아치우면서 하락 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가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더 문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거품이 아직 꺼지지 않은 탓에 현재 4400 수준인 S&P500 지수가 38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코스피도 2500까지 동반 하락 가능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특히 경기 둔화가 확인될 4월쯤 주가가 바닥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실적 개선과 코로나 영향 감소 등에 근거한 낙관론도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지금은 뉴욕증시 투자 적기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고민, 40년 만의 최대 인플레이션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7.5%)은 1982년 2월(7.6%)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월가에서는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7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가 둔화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를 강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5번에서 7번으로 높여 잡았다. 이는 올해 7차례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마다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1970년 이후 연준이 한 해 7차례 이상 금리를 올린 때는 ‘오일 쇼크’ 기간인 1973년(8회)·1978년(9회)·1979년(7회)과 경기과열·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2005년(8회) 정도다. 매 회의마다 0.25%포인트씩 올리면 현 제로(0) 수준인 금리는 연 1.75%까지 높아진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상반기 중 한 번은 ‘빅스텝(0.5%포인트)’으로 올려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금리가 오르면 설비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치(4.9%)보다 0.5%포인트 낮춘 4.4%로 제시했다. 금리 상승은 최근 나스닥에서 보여지듯 기술 성장주 주가에 직접적인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13일(현지 시각)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에 흔들리는 세계 금융시장

1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3.23(1.57%)내린 2704.48에 장을 마쳤다./김연정 객원기자

미국의 물가 급등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 증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을 오는 16일로 예상했고,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60여 분간 통화했지만, 전쟁의 기운은 더 짙어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6% 급등해 배럴당 93.1달러까지 치솟았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유가는 확실히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3위 원유 수출국 러시아발(發) 에너지 공급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주로 쓰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유럽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