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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최근 5년 새 1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한국 가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12.6%를 기록했다. 1년에 5000만원을 벌면 이 중 12.6%인 630만원을 대출 원리금 갚는 데 쓴다는 것이다. BIS가 가계 DSR을 집계하는 17국가 중 네덜란드(14%), 덴마크(13.8%), 호주(13.6%), 노르웨이(13.4%)에 이어 다섯째로 높은 수준이다.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2016년 한국의 DSR이 10.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간 빚 상환 부담은 16.7% 늘었다. 같은 기간 DSR 증가율이 10%를 넘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GDP 대비 가계 부채 수준은 43국 중 4위

주요국은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을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2016년 가계 DSR이 17.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네덜란드는 2021년 3분기에는 14%로 줄었다. 증가율로 환산하면 18.1%나 감소한 셈이다. 5년 전 16.1%로 전 세계에서 둘째로 DSR이 높았던 덴마크 역시 작년 3분기에는 13.8%로 14.3% 감소하는 등 17국의 최근 5년간 DSR 증가율은 평균 -3.1%였다. 빚 상환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5년 전보다 DSR이 오른 국가는 한국을 비롯, 스웨덴(증가율 8.9%), 핀란드(7.2%), 프랑스(4.8%), 일본(1.4%) 등 5곳밖에 없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가계 부채는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더욱 심각하다”며 “최악의 경우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시장 금리 급등, 주가 급변동, 신흥국 자금 유출 등 긴축 발작이 국내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작년 3분기 기준 106.7%로 BIS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43국 중 넷째로 높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 스위스(131%), 호주(119.3%), 캐나다(108.8%)뿐이었다.

◇”금리 1%p 오르면 소득의 5% 이상 이자로 더 내야”

작년 말 한국의 전체 가계 부채는 186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134조1493억원(7.76%) 증가했는데, 대출 규제가 완화됐던 2016년(139조4276억원)에 이어 둘째로 증가 폭이 컸다. 작년 하반기에는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조이기가 강화되면서 증가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 후보들이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까지 겹쳐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연구원이 신용평가사 KCB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대출자 10명 중 한 명꼴(9.8%)로 소득의 5% 이상을 추가 이자 비용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1.5%포인트 상승할 경우에는 소득의 5% 이상을 추가 이자 비용으로 부담해야 하는 대출자 비율이 거의 2배인 18.6%로 늘어난다.

시중 금리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은행 신용 대출 평균 금리는 5.12%로 6월(3.75%) 대비 1.37%포인트 올랐다. 올해 역시 1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등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가 전례 없이 불어난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되면 대출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사는 신규 대출에 대해 여신 심사를 강화해 불필요한 신용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부채가 과도한 대출자에 대해서는 원금 분할 상환 기간을 연장해 원리금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