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 립스틱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았던 화장품주(株)가 어쩐 일인지 ‘이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대표적인 화장품주 주가는 지난달 18일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이달 24일까지 평균 16.2% 하락했다.

최근 한 달간 주요 백화점에서 화장품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나는 등 국내 판매는 일단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보다 더 큰 시장인 중국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 제로’ 방역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이 봉쇄를 완전히 풀지 않은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국내 대표 업체들의 경쟁력이 이전만 못 하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최근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 급등세도 주주들에겐 걱정거리다.

◇대표적 ‘리오프닝주’라더니…마스크 벗어도 기 못 펴는 화장품주

작년 여름 주당 177만원까지 올랐던 LG생건 주가는 현재 70만원 선이다. 최고점 대비 주가 하락 폭이 60%나 된다. 지난해 30만원에 육박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지금은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요 화장품주의 1년 내 고점 대비 주가 하락 폭은 평균 49%.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 폭(-16.2%)의 3배에 달한다.

작년 기준 한국 화장품산업 규모는 42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대중국 매출이 21조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국내 화장품 회사가 ‘K뷰티’ 시대를 막 열었던 2014년엔 이 비중이 16.2% 수준이었다. K뷰티가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 본격 상륙한 2014~2015년 사이 아모레퍼시픽 주가(10대 1 액면분할 전 가격)는 80만원에서 4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 경기의 둔화로 중국의 화장품 소매 판매와 수입 증가율까지 떨어지면서 좋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 확산세,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국 정부의 소비 억제 정책 때문에 당분간 중국 소비가 살아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애국 소비를 뜻하는 궈차오(國潮) 열풍 속에 상하이상메이(上美), 바이췌링(百雀羚), 쟈란(伽蓝) 같은 중국 자체브랜드 점유율이 아모레퍼시픽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팝, K드라마 등 한류가 그 어느 때보다 외연을 확대하고 있고, K뷰티에 대한 수요도 높지만,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동남아, 일본, 미국, 유럽 등으로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넓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보다 중국 경기가 더 무서워”

중국 시장 상황 때문에 화장품 회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특히 그렇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주가가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그러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색조 화장 수요가 살아나고, 중국 매출 비중이 적은 대신 일본 매출이 많은 클리오 등은 업종 내 기업 중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라인 판매를 늘려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등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는 기업일수록 마진이 높아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