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백지화’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전 관련주가 주목받았지만, 대선 후 100여 일이 지난 현재 주가는 당초 기대와 달리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원전 관련주의 이날 종가는 지난 대선 다음 날이었던 3월 10일 종가와 비교했을 때 대부분 10% 이상씩 떨어졌다. 대표적인 국내 원전 설계업체 한전기술은 8만9500원에서 7만1100원으로 약 21% 떨어졌다. 원전 주 기기 제작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1100원에서 1만8750원으로 약 11% 떨어졌고, 보성파워텍과 일진파워도 각각 15%, 13% 하락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증시 전체가 하락장인 영향도 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약 9.6% 하락한 것과 비교할 때 원전 관련주가 더 부진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후 기대만큼 원전 수주 실적이 빠르게 나오지 않은 것이 상대적인 부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선 직후 기대감이 몰렸지만, 실제 해외 원전 수주 타결 등 손에 잡히는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국내 원전 비율을 키우려 해도 ‘에너지기본계획’을 개정하는 등 법적 절차가 필요해 현재로선 시장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가에 선(先)반영됐던 시장의 기대감이 다소 빠졌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적극 지원했던 태양광 관련 주가는 오히려 대선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태양광 모듈(태양전지의 결합체)을 생산하는 현대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주가가 2만2850원에서 3만5800원으로 약 57% 뛰었다.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31% 상승했다. 태양광 관련 ETF인 ‘SOL차이나태양광CSI’도 동 기간 7% 정도 상승했다.
태양광주 상승은 국제적인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자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주가 전 세계적으로 상승 중인데, 이 여파가 정권 교체라는 국내적 요인보다 크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원전도 화석연료의 대안이지만, 원전주는 보통 단기적인 유가보다는 장기적인 수주 실적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