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억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주당 220.44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초(597.37달러)보다 63% 떨어졌고, 최고점을 찍었던 작년 11월 17일(691.69달러)과 비교하면 68% 하락했다. 무엇보다 주가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2년 수준이 아닌, 4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넷플릭스는 2020년 4분기에 유료 가입자 2억명을 넘기는 등 최근 2년간 분기마다 평균 2.8%씩 가입자 수를 늘려왔지만 올해 1~2분기는 연속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면서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자가 격리와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가장 급성장한 업종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 HBO 등 여러 글로벌 업체가 OTT 시장에 뛰어들고, 포스트 코로나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OTT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는데 정작 성장세는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앞두고 OTT 경쟁 치열해져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는 OTT 시장은 사실상 넷플릭스의 독주였다. 하지만 2019년 디즈니에 이어 2020년에는 ‘왕좌의 게임’ 등 대작 드라마를 방영했던 HBO가 가세했다. 국내에서도 CJ ENM에서 분사된 티빙이 2020년 뛰어들면서 국내 OTT 시장도 치열해졌다. 무엇보다 자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업체들의 OTT 시장 진출로 하나의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독자 콘텐츠가 많아짐에 따라 유료 가입자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예컨대 어벤져스 등 마블 콘텐츠들은 과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지난해 말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넷플릭스에서 마블 콘텐츠들은 사라졌고, 디즈니플러스 독점 공급으로 바뀌었다. 한종엽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디스커버리와 같은 거대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 강도가 사상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도 높은 경쟁으로 인해 넷플릭스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넷플릭스 매출액은 79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6%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4.6% 줄어든 15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넷플릭스의 예상 영업이익은 60억4400달러로 작년(61억9500달러)보다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영업이익 평균 증가율이 57.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OTT 시장 커져도, 성장률은 하락세
글로벌 컨설팅사 PwC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939억달러로 전망된다. 시장은 계속 커져도 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년간(2018~2021년) 성장률은 22%였지만, 향후 4년간(2022~2025년) 성장률 전망은 9%에 불과했다.
OTT 시장의 위기는 업체들 간 M&A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합병 소식이 알려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지난 4월 합병 계약을 완료했다. 규모만 430억달러에 달한다. 합병 법인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이번 합병으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와 보도 전문 채널 CNN, 드라마 채널 HBO 등을 거느리게 됐다.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티빙은 지난 14일 KT의 OTT 시즌(seezn)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 “다른 OTT와의 병합이나 협력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1년도 안 돼 경영 방침을 수정한 것이다. 티빙 이용자 수는 401만명으로 웨이브(423만명)에 이어 국내 2위였지만, 이번 합병으로 5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해 1위로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지난 해 762억원 손실을 낸 만큼 흑자 전환은 가장 큰 숙제다.
황병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팬데믹 효과가 소멸되고 구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수익성 개선과 현금 흐름 창출을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